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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보름 전 즈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실수나 내 잘못이 아닌 일이건만 연세 높은 어르신의 야단치듯 훈계하듯 아니 나쁜 마음으로 들으면 비아냥 거리듯 하는 날카로운 말씀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했습니다. 목소리로 감지되는 연세가 70은 넘은 듯 아니 80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뿐이지 난 그분을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통화 연결조차도 처음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바늘 끝 같은 언성에 대꾸 한마디 못하고 네. 네. 네. 네네, 네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서 그 전화 끊은 후 쪼그리고 앉아 잠시 눈물을 닦아야 했지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눈물이 솟구쳤지만 그 눈물 흘리고 있을 시간 여유조차 없었기에 꿀꺽꿀꺽 목구멍 위로 솟구치는 억울한 눈물 간신히 억 누리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하던 일을 해야 했습니..
잠을 자고 또 자도 끝없이 하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졸다 깨다 하지만 가끔씩 뜨고 있는 눈꺼풀이 쌀가마니 보다 무겁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 뺨을 내 손으로 몇대 때려가며 정신 차려보려 노력하여도 금새 또 다시 졸음이 전설의 고향에서 보던 먹구름처럼 스르륵 몰려듭니다 기운을 차려 볼까 하고 할 일 없이 거리를 걸어 보네요 두 다리가 천근만근 끌려다닙니다. 버스 정거장에 앉아 버스 기다리는 분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정거장이 비워지면 저 의자에 누워볼까 간절합니다. 가을 복숭아 수확 마친 다음 날 서울 병원으로 예약된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두 시간 30분길 자다 깨보니 병원 주차장입니다. 보호자로 따라갔으니 진료 대기의자에 앉아 봄볕에 병아리처럼 끄덕였습니다. 돌아오며 두시간 30분길 여전히 잤습니다. 가끔..
가을 복숭아 가을 자두 완판 했습니다.주문받은 양을 다 맞춰 드리지 못하고 끝나서 죄송하네요.주문했음에도 받지 못해 아쉬워하던 분들 음성이 아직도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다 보내드리지 못한 아쉬움 저도 큽니다.저희 복숭아 판매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진심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사랑받고 살고 있음을 또 한 번 깨우쳤어요.다음 해에도 맛난 과실 만들어 보답하겠습니다.23.09.04/저녁
가을 복숭아 수확 판매 하느라 제정신 아니게 바쁜 날들 속에서도 작은딸의 생일이 지나갔네요. 미역국 한 대접 뚝딱 비워주더니 갑자기 꽃다발에 케이크까지 들고 나타나서 내게로 불쑥 건네줍니다. 친구가 선물 주더냐? 물어보니 아니라네요.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 감사하는 선물이라 합니다. 어찌나 고맙던지 순간 감동 먹었네요. 작은 딸의 생일은 몇 개의 꽃다발이 그녀에게 안겨졌고 몇 개의 케이크를 며칠간 한끼씩 세 식구 식사 대용으로 먹어야 했습니다 ㅎㅎ 그 모습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싶네요. 23.08.25
가을 복숭아를 수확 판매 시작했지만 가을이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천근만근 두들겨 맞은듯한 몸을 간신히 일으켜 하늘이 다 열리지 않은 새벽길 달려왔지만 어제 다녀간 벌초객들이 길을 망가뜨려 놓은 탓에...ㅠ 이번에 구입한 중고 트럭이 나는 더 이상 못 올라가오~ 반항하며 서 버리네요. 차는 못 올라가겠다 하고.. 랑님은 길을 망가뜨린 벌초객들 원망하는 한마디 없이 망가진 차를 고쳐 보겠다고 차 아래 누웠어요. 그 사이 나는 할 일 없어 패랭이를 찾아봤지요. 이 길에 패랭이는 봄부터 펴서 아직도 내 눈길을 끕니다. 패랭이만 보면 모친 생각이 납니다. 겨울에 동백꽃을 만나도 엄마를 보는 듯하지요. 그들과 엄마는 닮았다는 느낌입니다. 큰딸이 이 길 처음 왔을때 패랭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외할머니 닮았다 했으니 ..
큰딸을 출장온 회사까지 태워주고 돌아서는 입구에 모명재라는 문화재 표지판이 보였다. 모명재가 무엇일까? 이정표 따라 좁은 길로 들어서 모명재 주차장 앞에 닿았는데 주차장은 만차되어 차를 세울 수 없었다. 뉴턴하여 돌아설까 하다가 주차장 옆 자투리 공간에 어렵사리 비집고 들어가 임시 주차를 성공했다. 누군가 내 주차가 방해된다면 전화를 주십사 하고 전번이 보이도록 놓아두고 모명재로 향했다. 모명재에는 나 외 아무도 없었다. 그럼 만차된 주차 차량들은 뭘까?? 귀웃귀웃하는 나를 모명재 안내하시는 분이 안내소에서 나와 반겨준다. 그리고 모명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 알아듣고 이해하기 좋게 설명을 해 주셨다. 돌아와 백과사전을 펴 놓고 읽어보니 설명사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과 같아 조..
부산 대구 대전으로 2박 3일 출장 나왔다는 큰딸 하룻밤은 엄마와 데이트하려고 대구에 숙소를 정했으니 직원들과 저녁 먹는 동안에 나는 대구로 내려 오란다. 밤운전도 하기 싫고 피곤하다 핑계 대며 거절해 봤지만 그것이 나의 어설픈 변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딸이 복숭아 하느라 힘들텐데 마사지로 어깨 풀어 주려 미리 예약을 해 놨다고 시간 지체 말고 어서 오란다. 이 얼마나 달콤한 데이트 신청이런가 두번 거절할 필요가 없기에 더는 망설임 없이 네비를 호텔로 설정하고 고속도로 달렸다. 그런데 내가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했을 때 동료들과 곧 헤어지고 오겠다는 그녀를 로비에서 자정 가깝도록 기다려야 했다. 동료들과 일이야기를 하고 있다는데 어미가 눈치 없이 전화를 자꾸 걸어 볼 수도 없고 문자를 해 봤..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레 등장해 주는 것이 인연의 정석이라고 어느 글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한 달간 병원 생활하며 병실에서 만나진 인연들.. 서로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지만 우연하게도 신앙이 같다는 공통점 있어 더 친해졌는가 몰라도 육신의 고통이 따랐던 병실 생활에 서로 의지 되고 위로가 되던 심성 고운 고마운 분들... 지금은 가끔 지정된 약속 없이 "뭐하노? 우리 오늘 만나까?" 하면 그냥 만나지는 사이.. 만나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더 이상 서로에게 아무 바램이 없는... 헤어지며 아쉬운 마음 우리 다음에는 소풍가자 ~하시고 네 그랍시더 하면 기약 없이 걸리는 약속. 언제 어디로...? 그런 부가 약속따위는 필요 없고 살다가 또 어느 날에 불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