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갑작스런 데이트 본문
부산 대구 대전으로 2박 3일 출장 나왔다는 큰딸
하룻밤은 엄마와 데이트하려고 대구에 숙소를 정했으니
직원들과 저녁 먹는 동안에 나는 대구로 내려 오란다.
밤운전도 하기 싫고
피곤하다 핑계 대며 거절해 봤지만
그것이 나의 어설픈 변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딸이
복숭아 하느라 힘들텐데 마사지로 어깨 풀어 주려
미리 예약을 해 놨다고 시간 지체 말고 어서 오란다.
이 얼마나 달콤한 데이트 신청이런가
두번 거절할 필요가 없기에 더는 망설임 없이
네비를 호텔로 설정하고 고속도로 달렸다.
그런데 내가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했을 때
동료들과 곧 헤어지고 오겠다는 그녀를
로비에서 자정 가깝도록 기다려야 했다.
동료들과 일이야기를 하고 있다는데
어미가 눈치 없이 전화를 자꾸 걸어 볼 수도 없고
문자를 해 봤으나 '곧 가요 ~'라는 답만 보내주던 딸과
예약된 마사지를 받으러 쏟아지는 비를 뚫고
함께 다녀온 시간은 새로운 날 1시 30분
예약은 유동시간이었던가...
아님 나를 부르기 위한 유혹이었고 즉석 선택이었던가
나는 그녀에게 확인하지 않았다.
다음 날 조식 먹으러 찾아간 국밥집에서..
그리고 내가 안내한 경치 좋은 찻집에서까지
딸은 앉으나 서나 회사일. 일. 일...
밥도 내가 먼저 다 먹은 후
그녀가 갑자기 펼친 노트북을 덮고 숟가락 놓을 때를 기다려야 했고
커피도 내가 다 마신 후까지도
전화로 엄무를 보는 그녀를 물끄러미 기다려야 했다.
"엄마 불러 놓고 난 일만 해서 미안해.." 하기에
내 딸 능력 있어 보여 좋다고만 답해줬다.
오늘 내가 만난 그녀는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로 직장 업무 수행을 차분하게
하는 모습만 보았는데
그녀는 출산휴가 와서도 일 년간 이러했으므로 낯설지 않았다.
나와 헤어져야 하는 시간을 감지한 그녀가
찻집에서 일어서려다 말고 다시 앉으며
그래도 우리 이 순간 사진 한 장은 남겨야 엄마 스타일이지? 하고
함박 웃어주던 큰딸.
나를 위해 웃어주던 그 순간의 미소가
이일기를 적는 이 순간까지 나를 씨잇 ~ 미소 짓게 한다.
헤어지기까지 둘이서 열 마디 대화도 못 나눴지만
택시 타고 가겠다는 그녀를 출장지 앞까지 태워주고 돌아왔다.
23.08.23 밤~24일 오후 1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