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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10월 30일 오후 3시 안동 실내체육관 영탁 콘서트 관람권 2장을 아빠 생신 선물로 미리 예매해준 작은 딸은 콘서트 장소에 처음 가는 우리 내외를 위해 준비물을 준비해 주고 콘서트 장에서 지켜야 하는 질서와 규칙을 설명해 주고 했었다. 당일 오후 1시경 빨리 가서 현장에 적응하라고 등 떠밀어 보내는 재촉에 둘이서 걸어 체육관 쪽으로 가는 길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 대부분 파란색 옷에 파란색 소품들을 입고 들고 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팬클럽 사람들이고 나처럼 파란색 옷이 아닌 사람들은 팬클럽 사람들이 아니라는 표시와 같다는 설명을 작은딸에게 미리 들었으니 눈앞에 보이는 이 많은 파란 사람들이 영탁 팬클럽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문화다. 체육관이 가까..
지난 10월 초순 그러니까 딱 한 달 전 어느 날이었다. 몇 해 전부터 개인이 봄부터 노지에서 정성 다해 잘 키운 국화분을 꽃집도 아닌 곳에 전시하듯이 수십 개 펼쳐 놓고 팔고 계시는 곳이 있다. 그분은 식물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라는 말도 언젠가 귀띔으로 들은 듯하다. 하지만 소문이라 확실치는 않다. 막연하게 하우스에서 피운 꽃들보다는 늦가을까지 꽃을 피워 주겠지 라는 기대가 커서 여러 해 가을 국화는 여기 와서 구매하고 있다. 펼쳐 놓은 분들 속에서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는 몇 개의 화분을 차 뒷칸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사 싣고 시골 교회로 향했다. 예배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싣고 간 분들을 내려놓고 말없이 돌아왔는데 눈치 빠른 목사님 사진 찍어 전화까지 주셨다. 나는 매번 작은 것으로 마음 나눔 ..
이태원 참사 소식과 내 개인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사연으로 심란했던 일요일. 사회 분위기도 내 개인의 마음도 웃을 수 있는 날이 아니었기에 벗들과 단풍놀이 하자던 선약마저 취소했지만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울함으로 월요일까지 갑갑함이 이어졌다. 그랜드호텔 행사장에 다녀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꼼짝하기 싫은지....라는 내 푸념을 들은 작은딸이 동행해 주겠노라고 같이 나서자 재촉했다. 그 덕에... 그랜드 호텔까지 가기는 갔으나 설명을 들어도 제품을 보아도... 그 어떤 말도 귀에 안 들어오고 아무런 계산도 서지 않아 무심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작은딸이 운전하는 옆자리 앉아 차창밖을 보고 있노라니 월영교가 햇살과 윤슬 사이에서 반짝거리는데 그 모습이 내게 위로가 되는 순간 월영교를 잠시 걷다..
퇴근 후 티비 앞에 앉아 있는데 다섯 살 손녀가 영상통화를 연결해 왔다. 유치원은 잘 다녀왔느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느냐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별다르게 대화를 이어 갈 소재거리 없어 "우리 공주님은 저녁 먹었는가?"라고 의미 없이 건성으로 물었는데 네 나는 저녁 먹었어요 ~ 외할머니도 저녁 드셨어요?라고 물어 온다. 이제는 주고받는 대화가 단답형에서 벗어나 제법 짜임새 늘었다. 대화를 해 보면 2주전 만났을 때보다 더 컸음을 느끼겠다. "그럼 외할머니도 저녁 먹었지~"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반찬이 뭐였어요? 귀여움 뿜뿜 풍기는 손녀의 질문이 너무 귀엽다. "외할머니는 ~ 쌈 싸 먹었어. 손바닥 크기의 야채에 밥 담고 고등어구이 담고 둥글게 만두처럼 모아 쥐고 입을 이렇게 크게 아 ~ 하고서 ..
언니가 내 좋아하는 호박범벅 끓여서 가져다주고 갔다. 먹고 싶던 호박죽이라 한 숟가락 떠먹는데.. 짜다.....ㅠ 급하게 끓는 물 부어 죽을 무르게 하여 먹고 있는 중 언니가 전화로 맛있느냐 물어 온다. 언니는 왜 점점 간을 짜게 하냐고 호박죽을 이렇게 짜게 해서 물 타 먹게 하냐고 눈치 코치 없는 말을 좔좔 흘렀다. 내 언니가 조용하다.... "먹지 말고 버려라~" 하고는 끊어 버린다. 앗차차..... 싸 ~~~~~~~~하다. 순간 내가 멍했다. 언니 집 음식 맛은 평소에도 내 기준에서 약간 짜다. 아니다 신장이 건강하지 못한 내가 평소 음식 간을 싱겁게 하고 먹는 편이다. 언니는 바쁜 일상 속에도 범벅 좋아하는 나를 위해 퍼 담아 급히 달려와 주고 갔는데 나는 언니의 고마운 마음은 까맣게 모르는척 오..
목표도 계획도 방향도 없이 나섰는데 쑥부쟁이 생글거림이 나를 이곳으로 불렀을까 노릿하니 빛나는 단풍이 여기까지 잡아당겼을까 걷다 보니 꽃길이고 화산산성 전망대 오르는 단풍길이네 바람에 날려가듯 호미곶 닿아 전어 한 소쿠리 사고 청어 한 소쿠리 더 담고 그래도 부족한 것 같아 복어 4마리 만원 양손에 묵직하니 어물들 사들었지만 구룡포 시장 벗어나며 물곰 매운탕 한 남비 깔끔하니 비웠다. 그때서야 요 며칠 뭔가 모르게 허한 것들이 가득 채워지는 것 같은 핑계는 가을이라서... 했다. 22.10.23일/오후
집에서 5 분길 복숭아 밭에 다녀오려면 제비원 길을 지나다닌다. 지난여름 내가 복숭아 밭에 오르내리는 동안 제비원 공원은 공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꽃을 심는 것일까.. 가뭄에 수로를 연결하는 것일까.. 나는 과한 노동으로 지쳐가는 기간이라 제비원 공원에 공사 마치고 축제가 열려도 잠시 차 세워 볼 엄두조차 못했었다. 들깨 수확 마지막으로 올해 밭일 마무리하며 내려오는 시간 오후 햇살이 제비원 공원 내 가득하다.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보아도 한 20분이면 충분할 소공원이기에 오늘은 주차장 진입을 했다. 지난해까지도 화장실이었던 이 자리가 전시관으로 바뀌어 있다. 무엇이 전시되었나 들어가 본다. 보물 제115호 화장실이 전시관으로 바뀐 것 외에도 작은 연못이 생겼고 야간을 위해 LED 꽃들이 자리 잡혀 있고 ..
심지 않았건만 저절로 뿌리 내려서 자두나무밭 가에 공생하던 호박. 어느 날 지나치며 보면 여기도 꽃 다음날 저기서 활짝 금지옥엽 대접받는 자두나무 줄기 타고 오르다 들켜 뜯기듯이 바닥으로 납작. 자두보다 더 작은 크기로 달렸을 때 보고 조막만 하게 커지면 된장찌개 끓여야지 하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웬일이냐 다친 다리 완치하고 다시 찾아보니 어느새 한아름이네 ~~~ 나를 기다린 그리움의 크기더냐 모두 다 떠나버린 자두 밭에 홀로 남아 너도 주인 행세하고 싶더냐. 22.10.18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