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321)
아름다운 블로섬
내 집이다. 지난밤 돌아와 보니 며칠 전 다급히 빠져나갔던 흔적이 현장 보존하듯 고스란히 멈춰있는.. 케리어 열어 며칠 묵혀 온 빨래들 꺼내 놓고 새로 구입해야 했던 슬리퍼를 꺼내보니 이곳에서 생뚱맞아 보이는.. 내 집이다. 자다 눈 떠보니 온수매트도 켜지 않고 5시간을 푹 잤다. 이브자리가 썰렁해도 마음이 무한 따스한... 내 집이다. 일어날 시간인데 누워서 온수 매트를 켰다. 오늘은 늦잠 자도 좋은 날 ~~ 다시 눈 감고 이불 당겨 얼굴 덮지만 여섯 명의 환자들 합창하던 신음 소리가 여기까지 따라와 환청으로 들린다. 그 곳에 두고 올 것을.. 옆 자리 환자 완치 기도 잊지 않으려 마음에 쑤셔 넣어 온 탓이다. 그러게나 말거나 이 순간 나의 천국은 두 다리 쭈 욱 뻗어도 등줄기 아래가 땃땃해 오는 바로..
6명의 환자가 있는 병실로 옮겨와 두 밤을 보냈다. 모두 다른 병명을 가진 분들이 모여 있고 각 다른 병명의 수술을 받으신 것 같다. 증세 또한 다 다르니 회복하는 통증 또한 다 달라서 한순간도 조용한 틈이 없고 보호자와 간호사까지 복작복작 북새통이다. 주변 여러 환자들 다 둘러보아도 우리가 앓고 있는 고통이 가장 작은 것 같아 심란하거나 수심에 잠길 일 아닌 것 같다. 한 명의 사위와 두 딸들의 기도가 힘이 되고 지인님들의 기도가 감동과 격려되니 의지하며 기적을 체험하고 그 은혜 감사로다. 지금이 낮인가 밤인가 낮이어도 밤 같고 밤이어도 낮과 같아 병원 밖 세상일 궁금할 일도 없고 마음 쓰며 알 필요도 없지만 이제는 배식이 되면 낮이고 병실 복도가 다소 조용하면 밤이라는 기준은 됐다. 의사 선생님 내진..
창 밖이 밝아지자 간호사님 혈압 체크하러 왔다. 환자 혈압 체크하고 돌아서는 간호사님께 난 이 방이 추워 지난밤 한숨도 못 잤다고 급히 오느라 보호자용 챙겨 온 것도 없는데 발 시리고 코 시리고... 이 온도가 평균이냐 물었다. 맙소사 이방은 중앙난방이 아니라 이 방만 개별난방이란다. 보호자용 시트도 준비되어 있는데 왜 말 안했냐 한다. 지난밤 내가 간호사실 가서 춥다고 난방을 물어보고 답 들은 것은 왜 이 말과 다른 것일까. 어쩔 수 없다기에 참고 있다가 바보 된듯하다. 간호사님이 히터를 켜주고 갔다. 5분도 안되어 훈훈한 공기로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지친 몸 잠시 뉘어보고 곤히 한숨 잤다. 22.11.23/아침 입원실 복도에 걸린 이혜인시
난생처음 찾아온 병원에서 붉은 색연필 아니면 형광팬으로 적어주고 그려주는 내용에 따라 조여진 긴장 속을 분주히 헤매고 다녔었다. 다행히 참으로 용케도 하룻밤 43만원이 넘는다는 이 방이라도 잡아서 입원할 수 있었음이 마치 기적 같은... 이틀간 어찌나 초긴장 속에 있었던지 지친 몸이 저절로 늘어져 이제 이 밤은 쉬어 볼까 하는데 차디찬 보호자 소파를 침대 삼아 누워보니 등줄기로 냉기가 스며들고.. 입고 온 겉 옷을 덮고 웅크리고 모로 눞지만 여기가 실내인가... 실외 인가... 준비 없이 급히 달려오느라 보호자용 이불도 없고.. 입고 있던 옷 그냥 달려와 두꺼운 옷도 없으니.. 추위를 참다못해 간호사실 가서 난방을 높일 수 있을까 물어봤지만 개별난방은 안된다 한다. 발시러 양말 찾아 신고 다시 높고 코시..
이제는 자식들이 오라는 데로 가고 하자는 데로 하면 행복 플러스된다는 것을 알겠다. 엄마 스타일에 맞춰서 ㅎㅎ 이 말이 핫도그에 설탕 뿌린 듯 한 행복으로 추가되는 순간 나는 화담 숲 주차장에 진입하고 있었다. 화담 숲이 그렇게 이쁘다는데..우연히 이 한마디 했다고 나를 여기에 이렇게 데려다 놓을 것이라 상상도 못하고 있었으니 진심 감동 먹었다. 때 맞춰 전날밤 가을비까지 쏟았으니 작은 개울마다 단풍 젖을 만큼 물 흐르고 산길은 촉촉했다. 햇살 한 줌 없는 화담숲에 단풍색은 어찌나 곱던지 햇살까지 비췄더라면 얼마나 더 고왔을까 상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색색이 곱고 스치는 사람들 표정마다 밝았다. 22.11.13일/오후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작은딸의 아이디어로 주문하여 탄생한 케이크이지 싶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케이크일까 기대하게 되네요 ㅎㅎ 거울이 울렁거려 여러 재미난 표정들을 담아 두었습니다. 어쨌거나 내 가족들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해 주니 이렇게까지 좋을 수밖에요~~ 손녀가 외갓집 식구들 만난다고 만들어온 빼빼로입니다. 외할아버지는 삼각형 외할머니는 동그라미 그렇게 나눠 먹으라 하데요 ~~ 달콤함이 여행지에서 피로 푸는데 안성맞춤이었지요. 준비해온 마음이 예쁘고 맛 또한 일품이다라고 엄지 척 ~~ 👍 세워 줬습니다. 사위가 준비해온 소고기 바베큐 용입니다. 내가 준비해 가마 했을 때는 사 오지 말라더니...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내가 준비 해 갔던 타이거 새우 2kg. 소고기 ..
펜션 예약해 두었으니 와 주세요 ~ 큰딸 그 한마디에 출발 하루 전날은 밑반찬 만들고 첫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메뉴 준비하고 하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예약해 놓았다는 펜션을 네비 검색해 보니 무려 두 시간 30분 길이다. 손녀를 만난다는 들뜬 마음이 출발을 서두르게 했다. 오후 3시 펜션 도착 입실하여 짐을 들인 후 그때부터 나는 펜션 앞 길목을 서성이며 손녀 태운 사위차를 기다렸다. 어디까지 왔느냐 물어보니 길이 막혀 늦어요 했었고 다음 전화에 앞으로 20킬로 남았네요. 했었다. 손녀가 멀미 심해 중간중간 쉬어 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전화 걸지 않고 기다림을 이었다. 펜션에서 몇 발 내려가면 삼거리였다. 어느 방향에서 사위 차가 들어올지 몰라 이동하지 못하고 짧은 통로를 느릿느릿 왔다 갔다..
내 매장 뒤란에 수도 파이프처럼 굵고 반듯한 줄기로 키 높게 솟은 해바라기 한 포기 올해는 단 한 포기뿐이라 한 뼘 때부터 관심으로 지켜보니 여름날에 덩그러니 노란 보름달 크기로 펴 있었고 가을날에 고개 푹 숙이고 있어 제법 무거워 보였다. 며칠 전 이제는 해바라기도 영글었을 것이라 전지가위 들고 뒤란으로 나가보니 앗 ~ 이미 목이 댕강 잘린 모습뿐 보름달 같던 해바라기는 사라지고 없다. 어떻게 된 영문인고... 랑이님께 물어보니 옆집 할머니께서 담 넘어 건너다보시며 크고 튼실하니 잘 여물었다 탐나 하시더란다. 그래서 싹둑 잘라 넘겨 드렸다고... 내 것이라며 애정으로 키운 것도 아니고 사라지고 없다고 크게 아쉬울 일도 아니라서 지난해처럼 손톱 아프도록 씨앗 껍질 벗기는 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