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기다림 본문
펜션 예약해 두었으니 와 주세요 ~
큰딸 그 한마디에 출발 하루 전날은 밑반찬 만들고
첫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메뉴 준비하고 하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예약해 놓았다는 펜션을 네비 검색해 보니
무려 두 시간 30분 길이다.
손녀를 만난다는 들뜬 마음이 출발을 서두르게 했다.
오후 3시 펜션 도착
입실하여 짐을 들인 후 그때부터 나는 펜션 앞 길목을
서성이며 손녀 태운 사위차를 기다렸다.
어디까지 왔느냐 물어보니
길이 막혀 늦어요 했었고
다음 전화에 앞으로 20킬로 남았네요. 했었다.
손녀가 멀미 심해 중간중간 쉬어 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전화 걸지 않고 기다림을 이었다.
펜션에서 몇 발 내려가면 삼거리였다.
어느 방향에서 사위 차가 들어올지 몰라
이동하지 못하고 짧은 통로를 느릿느릿 왔다 갔다 했다.
작은딸이 밖에서 왜 안 들어오냐고 전화로 물어 왔을 때
점심 먹은 국수가 소화되지 않아 운동삼아 걷고 있다 핑계를 댔지만
거리에 홀로 서성이는 나나
펜션 내실에서 티브이 보고 있는 랑이님이나 작은딸도
나와 같은 크기의 설렘 기다림 일 것이다.
비 내린다는 예보 있더니
땅거미가 평소보다 일찍 내린다.
또 삼거리에 서서
오른쪽을 몇 발 더 걷다가
왼쪽 길을 몇 발 더 걷다가 했을 뿐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3시간 가까이
끈기 있는 기다림을 했던 것 같다.
한 번씩 턴 할 때마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코스모스를 찍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운동 나온 마실 사람도 만났는데
사람보다 강아지와 더 오래 눈 맞추고 교감했던 것 같다.
제법 어두워져서 라이트 켠 차량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위 차는 내가 기다리던 삼거리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펜션 뒤 소로로 들어왔다.
기다리며 그 뒤편까지도 걸어 보았으나 그곳으로는
큰 대로와 이어져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였는데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었나 보다.
펜션 내실에 모두 모이자 그때부터 예보가 알려준 데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베큐 실에서 내가 준비해 갔던 타이거 새우와
사위가 사 온 소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그때부터는 비와 바람과 천둥 번개도 동반한다.
바베큐실 천정으로 비 쏟아지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서로서로 대화는 상대에게 닿지 않을 만큼 컸다.
손녀가 멀미에서 해방될 때까지는 서울 경기 근교 펜션 만남이
이어질 것 같다.
사위가 집에 오면 왠지 어려운 손님 같아
좁은 집에서 먹거리 잠자리 화장실 사용 마음 쓰이는 점이 많았었는데
밖에서 만나니 그런 근심이 없어져서
나도 이런 만남이 편하고 좋다고 말했지만
2년 후 넓은 집으로 입주 예정이니
그 후부터는 집으로만 오라고 할 것이라 말해 놓았다.
22.11.12/오후/곤지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