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옆집 감 본문
내 매장 뒤란에
수도 파이프처럼 굵고 반듯한 줄기로
키 높게 솟은 해바라기 한 포기
올해는 단 한 포기뿐이라
한 뼘 때부터 관심으로 지켜보니
여름날에 덩그러니 노란 보름달 크기로 펴 있었고
가을날에 고개 푹 숙이고 있어 제법 무거워 보였다.
며칠 전 이제는 해바라기도 영글었을 것이라
전지가위 들고 뒤란으로 나가보니
앗 ~ 이미 목이 댕강 잘린 모습뿐
보름달 같던 해바라기는 사라지고 없다.
어떻게 된 영문인고... 랑이님께 물어보니
옆집 할머니께서 담 넘어 건너다보시며
크고 튼실하니 잘 여물었다 탐나 하시더란다.
그래서 싹둑 잘라 넘겨 드렸다고...
내 것이라며 애정으로 키운 것도 아니고
사라지고 없다고 크게 아쉬울 일도 아니라서
지난해처럼 손톱 아프도록 씨앗 껍질 벗기는 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한 마음
오히려 일거리 줄어 흐뭇하기까지 했다.
오늘 오전
옆집 뒤란 감나무 감이 할아버지 손에 서너 가지 엮여 왔다.
심심풀이로 지난해 한그루 심었는데
올해 첫 열매를 맺었다며
까치들의 입맛에서 보존된 기념이라 하셨다.
아직은 맛보다 색이다.
어쩜 꽃만큼이나 이쁘다.
볕 잘 들어오는 출입문 입구에 매달았다.
22.11.10일/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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