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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친구가 울산에서 며느리 맞이하는 예식을 하겠노라고 청첩이 왔을 때부터 마음 설레기 시작했지요. 드디어 울산 여행을 해보겠구나.. 랑이님과 작은딸 저까지 셋이서 울산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동백꽃은 폈을까 어느 항구가 아름다울까.. 검색창을 열었는데 뜻밖에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있다 합니다. 인터넷 예매를 하려니 이미 매진이라 현장에서 주말에는 1.000명 예매가능 하다 하네요. 12시 예식을 가야 하므로 오전에 관람을 마치려면 이른 시간에 표 예매를 해야 했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식구들을 깨웠고 아침 식사 후 7시에 출발했습니다. 네비 설정 2시간 10분길 9시 10분에 시립미술관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먼저 딱 한 분 와 계십니다. 10시부터 예매라고 하는데.. 한 시간 ..
설날 곶감 선물이 두 곳에서 각 한 상자씩 들어왔었다. 그중 한 상자는 포장이 종이 박스 였지만 다른 한 상자는 나무였는데 뚜껑은 문살까지 섬세하게 작업한 티가 나도록 남다르게 고급이다. 곶감은 냉동고에 넣고 나무상자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꼼꼼히 보아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단단하고 야무져서 내 마음에는 곶감 보다 상자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그래서 못 버리고 비닐에 감싼 후 선반 위에 올려두며 훗날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어느 한쪽 벽면에 이벤트 사진을 붙여 이색 있는 액자로 재활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난 정월 대보름 날 작은딸은 선반에 올려진 곶감 상자를 내리더니 내가 이것으로 엄마에게 아주 요긴한 보관함을 만들어 주겠노라며 자를 들고 선을 긋..
나를 찾아오는 고객님 중 한 분께서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길을 달려오시는 분이 있다. 그분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촌마을에 살고 계시는데 내게 오실 때마다 그 고을 산속 약수를 날라다 주신다. 산 넘어 어렵사리 찾아가서 귀히 가져오는 물이라고 피부병에도 좋은 효염이 있다는 추가 말씀과 약이 되는 약수이니까 꼭 먹으라 하셨다. 나는 그 약수를 감사히 받아 아껴가며 밥 물로 사용하던가 지난주에 가져다 주신 약수로는 닭백숙도 끓였다. 자주 오시지는 않지만 매번 잊지 않고 건네주시는 그 마음 진심 고마움이다. 오늘은 대도시에 살다가 그 산골 주변 마을로 귀농하신 고객님께서 오셨는데 나는 그분께는 낯선 고을 귀한 정보를 알려주고자 그 약수터 이야기를 했다. 나도 한번 안가 봤지만 위치를 들어보니..
몸 보다 마음이 축 쳐지는 요즘. 작은딸이 펼쳐주는 뜻 밖의 야식. 지금 시간 pm 10시 50분 배 고프지 않건만 걸식 들린 사람 마냥 퍼 먹었네. 내일 아침 지금 이 순간 미련스럼 후회하게 될지라도 둘이서 굳이 말해 뭐해 똑 같이 허기진 마음 꽉 차도록 와작와작 꾹꾹. 23.02.14/늦은 밤
우리는 병원 다녀오는 길이었고 남동생과 언니는 일이 있어 서울 나들이를 했던 날이다. 병원에서 4시경 출발했지만 서울 시가지 빠져나오기가 유별스레 길이 막혔던 오후였다. 만남의 광장과 갈림길을 지나니 주차장처럼 빼곡하던 도로가 조금 한가롭고 규정 속도까지 달릴 수 있었다. 그때 동생차에 타고 있던 언니가 전화 와서 쉬어 갈 겸 여주아웃렛을 가보자 한다. 겨울도 다지나 가는데 살 것이 있냐 물어보니 한 번도 못 가본 곳이라 그냥 어떤 곳인지 구경이나 해 보고 싶단다. 예전에는 그 앞 쪽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하행했지만 요즘은 시간 단축되는 새로운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여주 아웃렛을 가려면 돌아가는 길이 되었는데 그 말 못 들어줄 만큼 바쁜 스케줄도 없어서 그래 휴게소 들리듯 네비를 여주 아웃렛으로 설정하..
입춘이 지났다 하여도 아직은 기온 낮아 봄이라 말할 수 없는데 랑이님은 복숭아나무 전지를 시작했다. 병원 다녀온 후 내 걱정이 커져서 아침에는 해 뜬 후 냉한 기운 걷히면 가고 오후 햇살 기울기 시작할 때까지만 하고 오라고 진심으로 부탁부탁... 해 봤지만 말린다고 말려지는 사람이 아니기에 아침 7시 전에 이미 밭으로 가버리고 해 기울었는데 왜 안 내려오냐고 잔소리 잔소리 해야만 겨우 일손을 놓고 내려오는 듯하다. 벌써 여러 날 째... 본시 없는 걱정도 백가지로 만들어하는 나로서는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무슨 일 있을까 걱정 키우다 점심 드세요라고 전화 한번 걸고... 창 밖에 해가 기울면 내려올 준비 하고 있나요? 하고 통화를 시도하는데 이것은 배고프면 밥 먹을 줄 알고 어두우면 일 마치는 것 즘 스스..
윈도 안으로 이른 봄볕이 스며들고 있는 시간. 지난밤 설친 잠 탓에 벌써 세 잔 째 커피를 손에 들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문 앞 횡단보도는 정확하게 15대의 차량을 몰아 보낸 후 파란불 켰다가 다시 빨간불 물고 서서 15대 이상의 차들을 줄 세운다. 이어폰 귀에 꽂고 이솔로몬 모음곡을 듣고 섰는데 어느새 처음 들었던 곡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네 나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 보다 널 아끼고 내가 미워지네..... 이 곡의 재목이 뭐였더라... 오래전 내가 내 모친 앞에 앉아 버거운 삶의 한토막 내려놓고서 서럽다고 버겁고 힘들다며 줄줄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에 모친께서 내게 하신 말씀은 앞집 뒷집 옆집 이 집 저 집 윗집 보따리 하나씩이고 안고 들고 모여서 한 곳에 풀어헤치면 빨간 보따리 속에도 노란..
한 끼 식사 준비하며 고등어 굽다 오븐에 덴 화상. 조심하지 못했던 순간의 실수로 여러 일들에 불편함 느낄 때마다 심란하고 화도 나고.. 그로 인해 두터운 거즈 붙이고 가사 일에서 쉬어 본 열흘..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일들도 랑이님과 작은딸이 재미나게 도와주니 그동안 내가 재미를 못 느끼고 의무로만 했을 뿐 저것들이 저리 즐거운 일이었던가로 보이고. 시간은 저절로 잘도 흐르는데 상처는 시시 때때 따갑다가 가렵다가.. 생각보다 더디게 더디게 치유되는 것 같아 거즈 갈아 줄 때마다 보이는 물집에 우울해지기까지.. 오늘은 약 발라주며 딱지 앉은자리 보니 진물 없이 꾸덕하여 드디어 미소가 번진다. 이제 곧 거즈 없이도 살아지지 않을까.. 방수 밴드 없이도 샤워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병 50%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