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세번째 커피 본문
윈도 안으로
이른 봄볕이 스며들고 있는 시간.
지난밤 설친 잠 탓에
벌써 세 잔 째 커피를 손에 들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문 앞 횡단보도는
정확하게 15대의 차량을 몰아 보낸 후
파란불 켰다가
다시 빨간불 물고 서서
15대 이상의 차들을 줄 세운다.
이어폰 귀에 꽂고
이솔로몬 모음곡을 듣고 섰는데
어느새 처음 들었던 곡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네
나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 보다
널 아끼고 내가 미워지네.....
이 곡의 재목이 뭐였더라...
오래전 내가 내 모친 앞에 앉아
버거운 삶의 한토막 내려놓고서
서럽다고 버겁고 힘들다며
줄줄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에 모친께서 내게 하신 말씀은
앞집 뒷집 옆집
이 집 저 집 윗집
보따리 하나씩이고 안고 들고 모여서
한 곳에 풀어헤치면
빨간 보따리 속에도
노란 보따리 속에도
파란 보따리 속에도
품에 안고 온 작은 보따리 속에나
목이 아프도록 이고 온 보따리 속에나
지게에 짊어지고 온 보따리 속에
모두모두 각자의 짐이
서로 같은 무게로 들어 있더라고
하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그 짐으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고
어떤 이는 죽을상으로 거무튀튀 핏기가 없고
어떤 이는 그 짐에 올라앉아 녹여지기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더라고..
알겠습니다 어머니...
나는 내가 들고 온 보따리 부여잡고 울고
엄마는 내가 아까워 울고...
그때로부터 수십 번의 겨울을 보내고
아득한 세월 지나 오늘까지
그날 말씀 가슴에서 잊히지 않는 다독임 되어
비워라 잊어라 가벼워져라 머리로 기억하지만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나는 모친께서 알려주신
지혜로움 따위는 이해가 더디기만 하고
아직도 이럴 때 나는 어찌해야 하나...
어떡하나.. 어떡하나..
23.02.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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