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마음뜨락 (135)
아름다운 블로섬
보름 전 즈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실수나 내 잘못이 아닌 일이건만 연세 높은 어르신의 야단치듯 훈계하듯 아니 나쁜 마음으로 들으면 비아냥 거리듯 하는 날카로운 말씀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했습니다. 목소리로 감지되는 연세가 70은 넘은 듯 아니 80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뿐이지 난 그분을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통화 연결조차도 처음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바늘 끝 같은 언성에 대꾸 한마디 못하고 네. 네. 네. 네네, 네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서 그 전화 끊은 후 쪼그리고 앉아 잠시 눈물을 닦아야 했지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눈물이 솟구쳤지만 그 눈물 흘리고 있을 시간 여유조차 없었기에 꿀꺽꿀꺽 목구멍 위로 솟구치는 억울한 눈물 간신히 억 누리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하던 일을 해야 했습니..
잠을 자고 또 자도 끝없이 하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졸다 깨다 하지만 가끔씩 뜨고 있는 눈꺼풀이 쌀가마니 보다 무겁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 뺨을 내 손으로 몇대 때려가며 정신 차려보려 노력하여도 금새 또 다시 졸음이 전설의 고향에서 보던 먹구름처럼 스르륵 몰려듭니다 기운을 차려 볼까 하고 할 일 없이 거리를 걸어 보네요 두 다리가 천근만근 끌려다닙니다. 버스 정거장에 앉아 버스 기다리는 분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정거장이 비워지면 저 의자에 누워볼까 간절합니다. 가을 복숭아 수확 마친 다음 날 서울 병원으로 예약된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두 시간 30분길 자다 깨보니 병원 주차장입니다. 보호자로 따라갔으니 진료 대기의자에 앉아 봄볕에 병아리처럼 끄덕였습니다. 돌아오며 두시간 30분길 여전히 잤습니다. 가끔..
가을 복숭아를 수확 판매 시작했지만 가을이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천근만근 두들겨 맞은듯한 몸을 간신히 일으켜 하늘이 다 열리지 않은 새벽길 달려왔지만 어제 다녀간 벌초객들이 길을 망가뜨려 놓은 탓에...ㅠ 이번에 구입한 중고 트럭이 나는 더 이상 못 올라가오~ 반항하며 서 버리네요. 차는 못 올라가겠다 하고.. 랑님은 길을 망가뜨린 벌초객들 원망하는 한마디 없이 망가진 차를 고쳐 보겠다고 차 아래 누웠어요. 그 사이 나는 할 일 없어 패랭이를 찾아봤지요. 이 길에 패랭이는 봄부터 펴서 아직도 내 눈길을 끕니다. 패랭이만 보면 모친 생각이 납니다. 겨울에 동백꽃을 만나도 엄마를 보는 듯하지요. 그들과 엄마는 닮았다는 느낌입니다. 큰딸이 이 길 처음 왔을때 패랭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외할머니 닮았다 했으니 ..
부산 대구 대전으로 2박 3일 출장 나왔다는 큰딸 하룻밤은 엄마와 데이트하려고 대구에 숙소를 정했으니 직원들과 저녁 먹는 동안에 나는 대구로 내려 오란다. 밤운전도 하기 싫고 피곤하다 핑계 대며 거절해 봤지만 그것이 나의 어설픈 변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딸이 복숭아 하느라 힘들텐데 마사지로 어깨 풀어 주려 미리 예약을 해 놨다고 시간 지체 말고 어서 오란다. 이 얼마나 달콤한 데이트 신청이런가 두번 거절할 필요가 없기에 더는 망설임 없이 네비를 호텔로 설정하고 고속도로 달렸다. 그런데 내가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했을 때 동료들과 곧 헤어지고 오겠다는 그녀를 로비에서 자정 가깝도록 기다려야 했다. 동료들과 일이야기를 하고 있다는데 어미가 눈치 없이 전화를 자꾸 걸어 볼 수도 없고 문자를 해 봤..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레 등장해 주는 것이 인연의 정석이라고 어느 글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한 달간 병원 생활하며 병실에서 만나진 인연들.. 서로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지만 우연하게도 신앙이 같다는 공통점 있어 더 친해졌는가 몰라도 육신의 고통이 따랐던 병실 생활에 서로 의지 되고 위로가 되던 심성 고운 고마운 분들... 지금은 가끔 지정된 약속 없이 "뭐하노? 우리 오늘 만나까?" 하면 그냥 만나지는 사이.. 만나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더 이상 서로에게 아무 바램이 없는... 헤어지며 아쉬운 마음 우리 다음에는 소풍가자 ~하시고 네 그랍시더 하면 기약 없이 걸리는 약속. 언제 어디로...? 그런 부가 약속따위는 필요 없고 살다가 또 어느 날에 불쑥 ..
둘이서 복숭아 따고 선별하고 포장하고.. 몸이 두 개였으면 손이 네 개였어도 바쁠 시간에 서울 손님들이 몰려왔다. 단 세 식구가 왔을 뿐이다. 라 했으면 좋겠지만 그 순간 내게는 30명의 방해꾼 같은 느낌이었다. 어미가 평소 좋아하는 돈가스와 땀 많이 흘리는 아비가 좋아할 만한 냉우동 그리고 자신들이 먹을 김밥까지 함께 펼쳐 놓는 자리를 마련해 주려 나는 선별 중 늘여놓은 복숭아들을 비워줘야 했다. 복숭아 선별 작업대는 순식간에 가족이 둘러앉는 식탁이 되었고 손녀는 그 식탁 위 가장 안전한 위치에 쓸고 닦고 덜렁 올려 앉혔는데 봄날 이 밭에 핀 복사꽃이 이 보다 더 고울까 싶었다. - 중간 내용 삭제 - 꽃 같이 고운이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뒷모습 꿈인 듯... 보내기 아쉬운 내 마음 뒤늦게 사진 몇 장으..
장거리로 랑님 병원 다니느라 사랑에서 멀어지고 물갈이가 늦춰졌나 보다 어느 날 거북 알로카시아가 까만 알뿌리만 남아 죽은 듯 보였다. 조심 조심 알뿌리 씻어 우리 집에서는 용도가 맞지 않아 천대받는 소맥잔에 담가 햇살 잘 드는 창 앞에 놓아두고 아침저녁 관심 주었더니 일주일 만에 다시 뿌리내리고 새순 올리고 했다. 7월 23일 아침 기특하고 이뻐서 기념 촬영 한컷 담아 놓고~ 다시 또 물 갈아 주고 새순 올렸던 자리에 그대로 놓아주었다. 그리고 정확히 3일 뒤 ~ 7월 26일 아침 드디어 잎이 펴진다. 또 물갈이하여 기존에 있던 자리에 놓아주었는데 아마도 그 자리가 거북알로카시아가 다시 기운차리기에 적합하게 햇살 드는 자리 같아 위치를 옮겨주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러니까 보름이 지나왔다. 그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