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마음뜨락 (135)
아름다운 블로섬
3개월간 여러 심장 검사 끝에 스탠드 시술받기 위한 예정된 입원을 했습니다. 아침이면 시술 들어갈 거라고 물 한 모금도 안된다는 금식 명령을 받고 누웠는데 갑자기 영상통화가 걸려오고 얼떨결에 연결되었지요. 환자복 입은 외할아버지 모습을 본 여섯 살 손녀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입니다. 갑자기 이 무슨일.. 다급히 제가 폰을 받아 들고 수습해야 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지금 예원이가 눈물 흘릴 만큼 아픈 상황은 아니라고 외할머니도 아무 걱정 없이 이렇게 웃고 있지 않느냐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그때서야 눈물 달린 눈가에 미소가 번지네요. 입꼬리도 씨----잇 ~~ 올라갑니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내리며 헤헤 ~~^^ 엄청 놀랐어요. 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ㅎㅎ 두 팔로 머리 위에 하트를..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고 있다고 하천 주변으로 나가지 말라는 안전문자가 연거푸 들어왔다. 호우경보와 안동댐 영주댐 임하댐의 수문을 열었다며 홍수 주의보까지... 밭으로 상황을 둘러보러 간 랑이님을 마음 조리며 기다리고 있다가 하천 가까이에서 과원을 하며 살고 있는 벗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별일 없겠지 ...내 마음은 그러했지만 그래도 혹여 모르니 하천 수위를 유심히 관찰하며 주의하라는 말을 당부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친구의 대답은 뜻 밖이다. 밤새 안녕 할 뻔했단다 밤새 집 뒤란 쪽 산사태가 나며 휩쓸려 내려온 나무와 흙더미들이 하천을 매워 버렸고 순식간에 범람하여 길이 사라졌고 전신주들이 모두 누워 전기가 끊어졌고 농기계 창고와 그 속에 있던 농기계들이 사라졌으며 현제까지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어제는 하루 온종일 복숭아 밭에 수해 없느냐는 안부가 이어졌었다. 낮은 지대만 피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산사태도 발생하고 있으니 산능선 다랭이 밭으로 이뤄진 우리 복숭아 과원 안부를 문자 통화 합하여 수십 통 받은 것 같다. 아침 7시 이전에 거칠게 내리던 비가 조금 잠잠해지자 랑님이 우의를 입고 차에 삽과 갱이를 실으며 과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겠노라고 나갔다. 마음 조리고 가만 앉아 있기보다는 눈으로 보고 오는 것이 낫겠다 싶어 말리지 않았다. 입고 갔던 우의는 어디 가고.. 작업복이 온통 흙투정이 되어 오전 10시 넘어 돌아온 랑님은 진입로가 물줄기 흐르는 고랑으로 깊게 패여 차가 들어갈 수 없어 걸어서 밭으로 들어갔다 했다. 고추밭 고구마밭에 물줄기 방향을 더 터주고 자두 밭에 닿으니 밭..
며칠 전 언니집 장독대에 된장 한통 떠 오려고 갔더니 (우리 된장도 언니집 장독대에 두고 퍼다 먹는다) 언니집 마당은 온갖 꽃들이 만발하다. "언니야 여기는 꽃대궐 같데이 ~" 하고 둘러보는데 탐나는 것 있으면 가져가란다. 화단에 심겨진 꽃이야 어떻게 퍼 오겠는가 분에서 피운 꽃 중에 만다벨라가 만개했기에 덜렁 안아 올려서 내 차에 실으며 "언니야 꽃 지면 다시 가져다 놓으마 ~" 했다. 매장 윈도 출입문 곁에 두었더니 지나다니는 분들 중에는 이 꽃에 눈 맞춤 하느라 걸음 멈춰 서서 예쁘다 예쁘다 해 주셨다. 내가 피운 꽃이 아니건만 괜스레 기분 좋게 뿌듯한 느낌..^0^* 마당에서 비 맞으며 피운 꽃이니 오늘 이 비를 또 한 번 흠뻑 맞혀주고 싶어서 보슬비 내리는 시간에 윈도 앞에 내놓았다. 더 많은 ..
억수같이 비 내리는 밤에는 달동네 좁은 골목 지키는 가로등 아래로 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퇴근길에 우산 속으로 비가 뚝뚝 스며들어 머리를 흥건하게 적시고 이마를 타고 흘러 내리고 있었지만 두 발 모아 엉거주춤 서서 폰카를 꺼내들고 이 사진 한 장 담았네요. 사실 이 날 오후 무렵 손가락을 다쳤었는데... 이 사진 찍는 순간에도 욱신욱신 느껴지던 통증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그러고도 여러 날 지나왔지만 내 손가락에는 아직도 붕대가 감겨져 있고.. 비도 여전히 쏟아졌다 멈추기를 거듭하고 있네요. 앞으로 일주일 일기예보를 들여다 보니 손가락이 완치되는 날에 미치광이 같은 비도 멈춰지겠구나 가늠해 봅니다. 23.07.13/저녁
버선목 뒤집어 놓아도 좋을 벗처럼 의지하며 농에 실 풀려 나오듯 줄줄 새어 나온 사연들 페이지마다 또박또박 정갈하게 가둬두고 세월 저편 덮어둔 일기장 속에 방치된 지금은 누렇게 변색된 넋두리들 어느 날 어금니를 앙다물고 적어 내렸던 다짐까지 이제는 잊어도 좋을 전설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왠지 문득 그리움 되어 열어보니 우연히 찾아간 한여름밤의 냇가에서 반딧불 만난 듯하다. 그 후 일기장 마저 덮어두고 내가 내 안에 갇혀 입 다물고 살아온 날들 속에 무수히 많은 내면의 언어들은 어디로 어떻게 소멸시켜 왔을까.. 키재기 하듯 접시꽃 높게 선 간이역 즘에 비상 하차 했던 순간의 선택. 목적지를 포기한 바람 같이 향한 내 걸음의 방향은... 아직까지도 흐늘흐늘 떠돌고 있을 뿐이다. 다시금 일기장 속으로 들어..
친구가 혼주 되는 날 모처럼 정다운 벗을 만나 예식장으로 동행하고 혼주가 되는 친구 예식 마칠 때까지 같이 축하해 주고 둘이 마주 앉아 뷔페 먹고 홀로 였으면 식권 대신 행사 선물 받아 왔을 것이지만 이런 날은 곁에 벗이 있어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식사가 되었다. 예식장 나오며 벗은 나에게 우리 오랜만에 만났으니 시간 되면 예쁜 찻집으로 나드리 겸 데이트 다녀오자 한다. 그 유혹을 뿌리쳐야 하는 이유 열두가지 있다 하여도 하나도 없는 척 시치미 떼고 친구가 안내하는 찻집으로 나드리까지 나갔다. 영주시 문수면 "사느레 정원" 최근 악어가 나타났다는 이슈로 화들짝 놀라게 했던 무섬마을로 가는 입새에 친구가 안내하는 사느레 정원이 있었다. 친구는 몇 개월 전에 이곳을 다녀가며 꼭 나를 데리고 오고 싶었다 했다..
새벽부터 산속 과원에서 오디 따고 복숭아 봉지 씌우기 연속되는 날들... 과한 피로 녹여낼 기회조차 없는 아비, 어미를 위해 딸이 준비해 준 특별 보양식 ~~ 한 그릇 받아 놓고 감동받아 순간 울컥했네요. 23.06.13일/저녁 메모 예전에 저는 엄마에게 물어보고 주변 어른들께 여쭤보며 요리를 배웠었는데 요즘은 유튜브에서 사회가 인정하는 일급요리사님들 아주 쉬운 설명을 참조하니 어느 한순간 이런 보양식이 내 앞에 떡하니 놓이고 하나 봅니다. 맛도 일품이었지만 장사하며 어찌 이런 요리까지 해 줄 마음이 있었는지... 내 수고로움 알아주는 거 같아 고맙고 어미의 과한 피로가 풀렸으면 하는 그 마음도 읽혀서 위로가 되고.. 몇 숟가락 떠먹으며 괜한 눈물이 그득해지데요.. 23.06.16일 /새벽안개 걷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