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마음뜨락 (137)
아름다운 블로섬
가게 주변 도로에는 주차선이 없다. 주차장도 없다. 불법주차단속 카메라는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주차 위반 범칙금은 곱이다. 몇 차례 고객님들 주차 단속 범칙금을 대신 물어 준 적 있다. 주차단속 카메라가 달리던 때부터 매달 매출이 1백만원 이상 빠졌다. 차를 가지고 찾아오시는 고객님들이 주차할 곳을 찾아 돌고 돌다가 그냥 돌아가며 죄송하다는 전화를 걸어 주기도 한다. 특히 장거리 달려오시는 고객님들께 그 죄송함이 매우 크다. 속상한 마음에 시청 교통계에 찾아가 주차선을 그려 주십사 부탁해 봤으나 주차선이 그어진 상가로 이사 가서 장사하란다. 내가 이 자리에 터 잡은 초기에는 가게 옆에 주차가 자유로웠다. 그래서 굳이 주차장을 따져가며 매장 자리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그 후 20년을 이 자리에 지키..
개운치 않는 몇 가지 일들로 희미한 안갯속을 방황하는 마음 탓에 수십 가지의 생각들이 휘청휘청 섞여 어느 한가닥도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이럴까 저럴까 .. 금세 비눗방울처럼 커졌던 생각이 또 금세 작아져 베게 당겨 누워보고.. 눈 감아도 허궁에 떠도는 생각 하나는 고요하게 잡힐 듯하다가 어느새 손에 움켜 쥔 것 조차 아찔하니 놓칠 것 같아 다시 불안불안 하기만 하다. 멀뚱히 앉아 이럴 때 내가 어떻해야 현명한 선택 될까 여러 날 고민하여도 여전히 정답 없어 허망함. 이제는 신앙 안에 예비된 길 보여 달라 무릎 꿇는 기도가 다시 간절해지지만 급기야 잠까지 반납한 밤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동지섯달 긴긴 겨울밤 거친 바람 같이 요동치는 생각들 잠잠히 가라 앉히려 급처방으로 예쁜 손녀 사진만 뚫어져라 보고..
산속에서 1.700평 농사를 짓는 랑님 오디와 복숭아 자두 수확 철에만 내가 따라가 도와주지 그 외 모든 일은 혼자 하다보니 초겨울이 와도 홀로 해야 하는 일들은 끝이 안 보이게 많나 보다. 엊그제도 평소처럼 이른 아침 밭으로 오르는 길 밤새 내린 서리에 낙엽이 얼어 있어 차바퀴가 헛돌며 미끄러져 길 옆으로 빠져 버렸다는데... 다치지는 않았는지? 당황스레 놀라는 나에게 능선길 양쪽 모두 나무들이 많아 산아래로 굴러 떨어질 일은 없으니 괜찮다는 말을 허허 웃으며 내게 위로랍시고 했다. ㅠ 혼자 산길에 빠진 차를 어떻게든 들어 올려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며 보험회사 긴급호출 신청해 달란다. 보험회사 긴급호출받고 달려온 분이 어떻게 이런 길로 다니며 농사를 짓느냐고 타고 온 레커차도 빠질까 걱정하며 쉽게..
외출했다가 가게로 돌아오는 랑님 붕어빵 파는 가게 앞을 지나오는데 대기 줄이 길더라고.. 괜스레 사들고 오고파 대기 줄 뒤에 서 있었는데 차례 기다리다 얼어 죽을 뻔했다는 엄살까지 하며 건네주는 붕어빵 어라 이 것이 붕어빵이라고? 이것이 붕어빵이면 지난해 겨울까지 잉어빵을 먹었던가? 내 가게 수족관 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열대어 플래트 크기를 닮았구먼 ~ 한입 두 입 먹다가 맛이 이상하여 가만 보니 뱃속이 노랗네.. 어라 ~ 슈크림이? 팥은? 팥은 어디로 가고? 얼마 주고 사 왔느냐 물어보니 한 마리 800원 하더란다. 사장님이 반죽도 직접 앙고도 직접 준비하신다니 초콜릿이 들어 있는 붕어빵도 있더라 했다. 점점 올라가는 물가를 보며 놀란 붕어빵이 주눅 들어 더 소심해지고 작아졌나 보다.. 이러다 새끼붕..
언니와 손아래 올케와 셋이 모여 김장하는 날 배추, 무, 총각무, 쪽파, 대파, 생강, 배, 대추, 표고버섯, 고춧가루,참께 이런 재료는 세가정 각자 농사 지어 모음 마늘 한접, 양파, 제피가루, 청각, 다시마, 디포리 한박스, 수육 곗돈으로 구매 발효 잘된 멸치액젓 해마다 선물오는 것으로 충분함 ☆ 총각무, 쪽파, 생강, 한상자에 담아 시간여유 있는 친구에게 택배 ☆ 알타리 한 상자 전업주부 친구에게 택배 ☆ 아파서 입원 중인 친구집으로 배추김치 한통 택배 ☆ 저장해 두고 먹을 무 한 박스 알뜰한 질부에게 택배 ☆ 고구마 쪽파 총각무 한박스 마음 예쁜 외사촌 올케에게 택배 ☆ 큰딸에게 배추김치, 총각무김치, 파김치, 손녀가 먹을 백김치, 갈비까지 양념 저며 함께 택배 보냄 받는 사람들은 각자 사 먹으면..
마음 개운치 않은 일이 있다. 시간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될 일이지만 지금은 비 내리기 전 하늘처럼 무겁고 흐리다. 멀뚱하게 윈도 밖을 보고 섰다가 마음 관리를 위해 잠시 가게를 벗어났다. 월영교 한바퀴 돌고 와야지.. 했는데 월영교는 주차장 진입조차 어렵도록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낙강물길 공원 쪽으로 가볼까 하다가 멀리서 보니 관광차가 마치 기차 행렬처럼 이어져 있기에 인근에 사는 친구를 불래내 곁에 태우고 훌쩍 임하호로 내달렸다. 잔잔한 물가에 조용히 앉아 수심 같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하니 생각해 보려 했는데 이제는 점점 혼자 보다 곁에 누군가 함께 있음이 의지 되고 좋다. 단풍색이 기대보다 예뻐서 좋고 가을햇살이 포근하니 겉옷까지 벗어 놓고 가벼워 더 좋았다. 더구나 친구의 근황은 요즘 살..
사진 : 마지막 날 손녀가 외할머니 가실 때 이 빵들 가져가서 외할아버지와 이모에게 전해 주세요. 하며 손수 만들어 준 빵. (물론 자르고 섞고 하는 작업은 큰딸이 도와줬겠지만) 샐러드 속이 제대로 못 들어간 것인지 들어갔다가 튀어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 빵을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하니 발레보다는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일까? 내가 너무 놀라서 사진부터 찍고 상할까 봐 얼음팩 추가하여 통에 담아 왔다. 여러 가지로 마음이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거 같아 나는 몹시 당황스럽다. 23.10.22/오후 메모 남의 집 청소 후유증 해외 출장 다녀오는 딸 집에 내가 일주일 머물다 온 다음날 큰딸은 아침 출근시간에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나 사원증 못 봤어요? 출근하려니 사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을 워킹맘이라 한단다. 내 딸이 워킹맘이 아니었더라면 몰라도 좋았을 단어였지 않을까.. 일하는 엄마를 둔 손녀가 "외할머니 도와주세요~" 이전처럼 코로나 격리 기간도 아닌데 또다시 호출을 한다. 일주일 해외출장 다녀오겠다는 큰딸. 이번에도 도와 줄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 왔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여쁜 손녀와 꿈같은 일주일 동거를 상상하노라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울 뿐 ~ 약속 날짜에 청량리 역에 도착했더니 손녀가 어미아비랑 같이 마중을 나와있다. 내 짐은 사위가 받아 들었고 손녀는 내 손을 꼭 잡고 꽃밭에 나비 날듯 나풀나풀 좋아라 한다. 외할머니 이 것 좀 보세요. 외할머니 여기 참 좋지요. 외할머니 이 쪽으로 걸어요. 외할머니 여기는 조심해야 해요. 외할머니 외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