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무에서 유 본문
산속에서 1.700평 농사를 짓는 랑님
오디와 복숭아 자두 수확 철에만 내가 따라가 도와주지
그 외 모든 일은 혼자 하다보니
초겨울이 와도 홀로 해야 하는 일들은 끝이 안 보이게 많나 보다.
엊그제도 평소처럼 이른 아침 밭으로 오르는 길
밤새 내린 서리에 낙엽이 얼어 있어
차바퀴가 헛돌며 미끄러져 길 옆으로 빠져 버렸다는데...
다치지는 않았는지? 당황스레 놀라는 나에게
능선길 양쪽 모두 나무들이 많아 산아래로 굴러 떨어질 일은 없으니
괜찮다는 말을 허허 웃으며 내게 위로랍시고 했다. ㅠ
혼자 산길에 빠진 차를 어떻게든 들어 올려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며 보험회사 긴급호출 신청해 달란다.
보험회사 긴급호출받고 달려온 분이
어떻게 이런 길로 다니며 농사를 짓느냐고
타고 온 레커차도 빠질까 걱정하며 쉽게 접근하지 않더라는데...
차는 보험회사 도움 받아 무사히 빠져나왔다기에
놀랐던 내가 포클레인 불러 길을 조금 더 넓히는 공사를 권유해 보니
산주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했었다.
그러더니 오늘 밭에 가있는 랑님에게서 사진 두 장이 날아온다.
혼자 꼬깽이 들고 이 길을 이틀간 닦았단다.
이제 이렇게 말끔하니 정리를 했으니 더는 걱정 말라고..
이것이 걱정 안 할 일인가...?
꼬깽이로 혼자서 저 길을 넓히고 다듬었다는데
그것이 내가 걱정 대신 즐거워해야 하는 일이었을까?
이 추위에 점심도 건너뛰고 건강 해칠까 화가 솟구치는데
랑님은 내 속 타는 마음 알까?
무엇을 하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라
이제는 감사나 감동에 앞서
잔소리도 안 나올 만큼 저절로 한숨부터 터진다.
23.11.24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