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늦가을도 안녕 본문
가게 주변 도로에는 주차선이 없다.
주차장도 없다.
불법주차단속 카메라는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주차 위반 범칙금은 곱이다.
몇 차례 고객님들 주차 단속 범칙금을 대신 물어 준 적 있다.
주차단속 카메라가 달리던 때부터 매달 매출이 1백만원 이상 빠졌다.
차를 가지고 찾아오시는 고객님들이 주차할 곳을 찾아 돌고 돌다가
그냥 돌아가며 죄송하다는 전화를 걸어 주기도 한다.
특히 장거리 달려오시는 고객님들께 그 죄송함이 매우 크다.
속상한 마음에 시청 교통계에 찾아가 주차선을 그려 주십사 부탁해 봤으나
주차선이 그어진 상가로 이사 가서 장사하란다.
내가 이 자리에 터 잡은 초기에는 가게 옆에 주차가 자유로웠다.
그래서 굳이 주차장을 따져가며 매장 자리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그 후 20년을 이 자리에 지키고 있는데
영업장 옮기기가 공무원들 말처럼 쉬운 일 아니다.
간단하게 인테리어 비용만 생각해도...
나에게 널린 게 빈 가게인데 주차 가능한 곳으로
이사 가서 장사하라는 공무원의 그 말은 참으로 잔인한 대책이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세세하게 할 말은 아직 많지만
누가 내 문제를 자기네들 일처럼 귀 담아 들어줄까
여기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입 다물고 살고 만다.
그랬더니..
고객님들이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일요일은 주차 단속 하지 않으니
우리 매장에 찾아올 때는 일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고객님들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어차피 낮아지는 매출을 보충하려면
일요일에도 장사를 해야 한다면 해야 했다.
1일 8시간 주 5일 근무가 평균 근로시간이라.. 하지만
우리는 하루 12시간 근무, 휴일이라면 명절 당일 연중 3일
그 외 가족 특별행사 모임 하는 날.
오늘도 셋이서 일요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에 오시겠다던 예약 손님이 다녀 가시고나니
매장안도 윈도 밖 거리도 조용하다.
난 늦가을에 아름다운 낙강물길 공원으로
한 시간 산책을 하고 오겠노라 말했더니
랑님도 딸도 같이 다녀오고 싶단다.
오후 3시 넘은 시간이지만 낙강물길공원까지 가까우니
그래 셋 함께 데이트하고 오자하고 나셨다.
낙강물길 공원은 월영교에서 1.2분이면 닿는다.
최근에는 출사 나온 사람들이 즐비하게 찾아오고
젊은 관광객들이 인생 사진 담는다고 찾아오는 장소가 됐다.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나는 이 장소의 사계절 고즈넉 함이 좋아
자주 찾아와 쉬어가던 장소였다.
월영교도 낙강물길공원도
요즘은 언제 어느 시간에 찾아가도 북적거리니
나는 나만의 아지트를 관광객들에게 뺏긴 느낌이다.
나는 시선 닿는 곳마다 사진만 찍으며 다녔고
딸은 저거 아빠와 보도를 맞추며 정스런 대화가 끝이 없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차분하게 걸으며 찍은 사진들이 수십 컷이다.
물론 이 사진들은 모두 갤럭시 울트라 22 내 폰카이다.
간추려 올려 보아도 스무 컷은 넘는데
그만큼 아름다운 장소라고 소개해 주고 싶다.
셋이서 딱 한 시간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와
다시 밤 8시 30분까지 근무했다.
집 가까이 이렇게 아름다운 늦가을이 남아 있었기에
올해 나의 가을도 매우 아름다웠다. 라고 기록하며
아쉬움이나 미련 없이 보내련다.
23.11.26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