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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셋이서 각 다른 약속이 잡혀 있던 일요일 점심 무렵 가까이 셋 모두에게 각 다른 약속들이 차례로 어긋나 버렸다. 셋 모두 한꺼번에 심란한 소식이 되었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이른 점심 먹고 셋이서 드라이브 나갔다 오자 작은딸의 제안이다. 불시에 그럴래? 했고 이구동성 그래 그러자 했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일요일이니까. 목적지 없이 출발했으나 종착지는 삼척 용화해상케이블카였다. 이상하리만치 관광객들이 없다. 왕복 대기 없이 케이블카 이용이 가능했다. 대항항에서는 진달래 피기 시작하고 매화꽃이 곱게 핀 산책길 따라 바닷가까지 내려갔다. 그곳에서 회 한 접시 먹으려 했는데 썰렁한 회센터마다 호객 행위도 없었고 횟집 앞을 서성이며 귀웃거리는 우리 셋을 이방인 보듯 시큰둥 하니 장사할 마음이..
새벽부터 서둘러 랑님 정기검진 받으러 간 날 금식하고 갔으니 검사부터 받았고 아침도 점심도 아닌 어중간한 첫끼를 사 먹었다. 진료 대기 시간까지 두어 시간의 공백이 있다. 딱히 할일 없으니 천천히 병원 정원으로 나왔다. 옥상 화단에서부터 아래로 늘어진 영춘화를 찾아가니 이미 만개를 지나 있다. 어쩌면 지금 즘 만개했을 거라는 상상과 기대가 컸었는데 아쉽다. 산수유 꽃도 벌써 피기시작하는 모습은 더 당황스럽다. 봄의 전령사는 남쪽에서 출발하여 내 사는 지방을 건너뛰고 서울에 먼저 닿은 듯하다. 아마도 차량 열기로 봄이 더 빠른 걸까? 생각하며 내성천 뚝길로 향했다. 뚝길에도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고 쑥도 제법 올라와 있으니.. 어째 서울의 봄이 내 복숭아 밭보다 더 빠른 것 같다. 는 대화를 하며 둘이 천천..
오랜만에 친구랑 영화 한 편 보러 갔다. 퇴근 후 시간이었고 그 시간에 영화 상영 선택하려니 파묘와 웡카뿐이었다. 파묘를 볼까 웡카를 볼까 둘이서 망설이다 파묘는 무섭다는 평이 많으니 웡카를 보자 했다. 웡카 상영실은 한산하여 우리 주변에 아무도 없어 신발까지 벗고 두 다리 쭉 뻗어 누운 듯 자리를 잡았다. 빠른 퇴근을 하고 저녁 배불리 먹고 갔으니 피곤함이 눈꺼풀 위에 올라타 무겁게 짓눌렀다. 잠시 눈 감고 쉬어 보려 했으나 웡카 상영이 시작되고 난 곧 잠들었으므로 앞 줄거리 하나도 모른다. 번역판이라 눈 감으니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더 많지 삽입되어 흐르는 곡들은 경쾌하여 마음 편안하지 치고받고 싸우고 터지는 장면 없이 가끔 눈 떠보면 알록달록 초콜릿이 이리저리 빙빙 날아다니는 달달 달콤하여 아무 근..
가게에 딸린 작고 좁은 주방에서 일상의 모든 끼니를 해결하며 살다 보니 만두 빚는 과정을 준비하는 일이 쉬운 일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만두를 사 먹기가 편했습니다. 정월 대보름이 되어도 아무것도 준비지 않는 나에게 딸이 만두를 빚어 먹자 하네요. 딸이 내가 만들어 주는 만두가 먹고프다는데 거절할 필요가 없지요. 엔간해서는 나 힘들까 봐 그런 부탁하는 심성이 아니거든요. 모처럼 즐거운 일이 되겠구나 생각하며 그럼 마트 같이 가자 하고서 둘이 장보기를 함께 하였습니다. 협소한 주방에서 만두피 만들기까지는 무리라는 것을 딸도 알기에 만두피는 사서 하자는 내 의견에 흔쾌히 동의해 줍니다. 그 또한 고마웠지요. 넓은 집에 이사가 살게 되면 만두피도 내가 만들어 줄 것입니다. 홍두깨 밀어 하는 콩가루 섞은 칼국수도..
농업기술 센터 온실에는 열대꽃들이 항시 피고 지고 합니다 공휴일에도 문이 열려 있고 무료 이용입니다. 가끔 이 부근으로 일이 있어 나가는 날은 항시 이 온실식물원에 들어가 꽃들을 만나보고 마음 힐링 얻고 오지요. 오늘도 그랬습니다. 온실이라 문을 밀고 들어서니 안경 렌즈 가득 김서림이 됩니다. 휴대폰 렌즈도 김서림으로 흐릿하여 한참을 돌아보다가 펴 있는 꽃들 한 송이씩 이름 불러 주며 사진에 담았습니다. 다른 날은 이곳에 어르신들과 아이들 데리고 소풍 나오는 오붓한 가족들 풍경을 같이 만나고 하는데 오늘은 나 혼자 돌아보고 있었네요. 언제나 예쁜 꽃들을 피워 주시고 문을 개방하여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는 관계자님께 매번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 덴드롱 ▲캐리안드라 ▲군자란 ▲란타나 ▲ 자금우..
잠시도 쉬는 것이 익숙지 않는 사람이라 겨울에 농사일 없는 때를 그냥 지나지 못하나 봅니다. 짬짬이 먼지 막는 작업복 입고 옆에 폐업한 빈가게 들락거리며 또 뚝딱뚝딱... 하기에 무얼 만드나 몇 번 물어도 대답 안 하더니 악세사리 전용 진열장 하나를 견고히 만들어 놓아줍니다. 미숙한 부분 찾아보려도 없다고 어느 목수님 칭찬도 있고요. 목수 일 좀 도와 달라 간청도 들어오네요. 고객님들 다녀 가시며 침대 만들어 달라 식탁 만들어 달라 주변에서 조르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표고버섯 종균 넣어야 하고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전지 시작 해야 하고 거름도 뿌려야 하고.. 자신 농사 일도 일철 시작시점이라 남의 부탁 들어줄 여유가 없다 거절하며 난감해합니다. 나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네요. 만들어 달라 조르지 않았지만 그..
정체가 심해 지루하던 길 위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스피커 폰을 열었으니 가족이 다 같이 들었는데 그래 너도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건강하거라 ~ 셋이서 각 다른 덕담을 했다. 외 할머니 내가 오늘 아홉 살 되었잖아요 맞지요?라고 어떤 결단을 내겠다는 듯 물어 왔다. 어째서? 네가 아홉 살 되었다 생각하느냐 내가 되물어 봤더니 지난번 바다에서 해 뜨는 거 다 같이 봤던 날 내가 일곱 살 되었다 했잖아요. 응 그래 그랬지 그런데? 그 후 내 생일 파티를 했으니 또 한 살 더 되었고 오늘 떡국 한 그릇 다 먹었어요 그럼 또 한 살 더 되었잖아요. 그러니 오늘부터 나는 아홉 살 맞지요? 설 세배를 다니다가 누군가 나이를 물었고 아홉 살이라 대답했더니 곁에 있는..
예전에는 북부해수욕장으로 불렸었다. 2시간이면 닿는 이곳이 나의 여행지로 자주 설정 되었으므로 여기 오면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들과 그 추억들과 엮여 생각나는 사람들도 많다. 주차할 곳을 찾다가 영일대 전망대 쪽은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하기에 주차하기 쉬운 아래쪽으로 내려가 갓길에 줄 서 주차된 차량들 맨뒤에 우리도 주차했다. 낮시간이 제법 길어진듯하다 벌써 어두워질 시간이었음에도 햇살 떨어진 바닷가에 어둠은 쉬 내리지 않아 멀미 느끼던 증세를 가라앉히려 한참을 머물렀다. 나는 갈매기들과 어우러져 놀듯이 모래사장에 앉았다 섰다 하며 사진 찍기로 놀았는데 바다색도 갈매기들 날갯짓도 평온하여 눈에 마음에 가득 담고 담았다. 그곳에서 손녀에게 영상 통화를 했다. 갈매기들 날고 있는 쪽으로 보여줬더니 "우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