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만두 빚다 본문
가게에 딸린 작고 좁은 주방에서
일상의 모든 끼니를 해결하며 살다 보니
만두 빚는 과정을 준비하는 일이 쉬운 일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만두를 사 먹기가 편했습니다.
정월 대보름이 되어도 아무것도 준비지 않는 나에게
딸이 만두를 빚어 먹자 하네요.
딸이 내가 만들어 주는 만두가 먹고프다는데
거절할 필요가 없지요.
엔간해서는 나 힘들까 봐 그런 부탁하는 심성이 아니거든요.
모처럼 즐거운 일이 되겠구나 생각하며
그럼 마트 같이 가자 하고서 둘이 장보기를 함께 하였습니다.
협소한 주방에서 만두피 만들기까지는 무리라는 것을 딸도 알기에
만두피는 사서 하자는 내 의견에 흔쾌히 동의해 줍니다.
그 또한 고마웠지요.
넓은 집에 이사가 살게 되면 만두피도 내가 만들어 줄 것입니다.
홍두깨 밀어 하는 콩가루 섞은 칼국수도 내가 해 주고프거든요.
작은딸이 만두를 좋아해서 예전에는 자주 만들어 주고 했으나
최근 몇 년간은 만두 만들어준 기억이 아득합니다
오늘 작은딸과 둘이 마주 앉아 만두 빚으며 딸의 솜씨를 보니
어쩜 작은딸이 빚는 만두가 제가 정성을 다하는 만두 모양보다 어여쁩니다.
다 만들어둔 만두를 아마도 모르는 분이 보셨다면
처음 만드는 것이 맞냐고 물어보셨을 겁니다.
딸은 친구들 단톡방에 만두 빚는 것을 자랑하더니
모두 맛 보여 달라 했다나요.
몇 도시락을 담아 주느라
속을 두 번이나 준비해야 했습니다 ㅎㅎ
만두 보다 맛난 나눔을 기분 좋게 하였네요.
24.03.24/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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