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마음뜨락 (135)
아름다운 블로섬
내 매장 뒤란에 수도 파이프처럼 굵고 반듯한 줄기로 키 높게 솟은 해바라기 한 포기 올해는 단 한 포기뿐이라 한 뼘 때부터 관심으로 지켜보니 여름날에 덩그러니 노란 보름달 크기로 펴 있었고 가을날에 고개 푹 숙이고 있어 제법 무거워 보였다. 며칠 전 이제는 해바라기도 영글었을 것이라 전지가위 들고 뒤란으로 나가보니 앗 ~ 이미 목이 댕강 잘린 모습뿐 보름달 같던 해바라기는 사라지고 없다. 어떻게 된 영문인고... 랑이님께 물어보니 옆집 할머니께서 담 넘어 건너다보시며 크고 튼실하니 잘 여물었다 탐나 하시더란다. 그래서 싹둑 잘라 넘겨 드렸다고... 내 것이라며 애정으로 키운 것도 아니고 사라지고 없다고 크게 아쉬울 일도 아니라서 지난해처럼 손톱 아프도록 씨앗 껍질 벗기는 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
지난 10월 초순 그러니까 딱 한 달 전 어느 날이었다. 몇 해 전부터 개인이 봄부터 노지에서 정성 다해 잘 키운 국화분을 꽃집도 아닌 곳에 전시하듯이 수십 개 펼쳐 놓고 팔고 계시는 곳이 있다. 그분은 식물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라는 말도 언젠가 귀띔으로 들은 듯하다. 하지만 소문이라 확실치는 않다. 막연하게 하우스에서 피운 꽃들보다는 늦가을까지 꽃을 피워 주겠지 라는 기대가 커서 여러 해 가을 국화는 여기 와서 구매하고 있다. 펼쳐 놓은 분들 속에서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는 몇 개의 화분을 차 뒷칸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사 싣고 시골 교회로 향했다. 예배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싣고 간 분들을 내려놓고 말없이 돌아왔는데 눈치 빠른 목사님 사진 찍어 전화까지 주셨다. 나는 매번 작은 것으로 마음 나눔 ..
이태원 참사 소식과 내 개인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사연으로 심란했던 일요일. 사회 분위기도 내 개인의 마음도 웃을 수 있는 날이 아니었기에 벗들과 단풍놀이 하자던 선약마저 취소했지만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울함으로 월요일까지 갑갑함이 이어졌다. 그랜드호텔 행사장에 다녀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꼼짝하기 싫은지....라는 내 푸념을 들은 작은딸이 동행해 주겠노라고 같이 나서자 재촉했다. 그 덕에... 그랜드 호텔까지 가기는 갔으나 설명을 들어도 제품을 보아도... 그 어떤 말도 귀에 안 들어오고 아무런 계산도 서지 않아 무심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작은딸이 운전하는 옆자리 앉아 차창밖을 보고 있노라니 월영교가 햇살과 윤슬 사이에서 반짝거리는데 그 모습이 내게 위로가 되는 순간 월영교를 잠시 걷다..
언니가 내 좋아하는 호박범벅 끓여서 가져다주고 갔다. 먹고 싶던 호박죽이라 한 숟가락 떠먹는데.. 짜다.....ㅠ 급하게 끓는 물 부어 죽을 무르게 하여 먹고 있는 중 언니가 전화로 맛있느냐 물어 온다. 언니는 왜 점점 간을 짜게 하냐고 호박죽을 이렇게 짜게 해서 물 타 먹게 하냐고 눈치 코치 없는 말을 좔좔 흘렀다. 내 언니가 조용하다.... "먹지 말고 버려라~" 하고는 끊어 버린다. 앗차차..... 싸 ~~~~~~~~하다. 순간 내가 멍했다. 언니 집 음식 맛은 평소에도 내 기준에서 약간 짜다. 아니다 신장이 건강하지 못한 내가 평소 음식 간을 싱겁게 하고 먹는 편이다. 언니는 바쁜 일상 속에도 범벅 좋아하는 나를 위해 퍼 담아 급히 달려와 주고 갔는데 나는 언니의 고마운 마음은 까맣게 모르는척 오..
심지 않았건만 저절로 뿌리 내려서 자두나무밭 가에 공생하던 호박. 어느 날 지나치며 보면 여기도 꽃 다음날 저기서 활짝 금지옥엽 대접받는 자두나무 줄기 타고 오르다 들켜 뜯기듯이 바닥으로 납작. 자두보다 더 작은 크기로 달렸을 때 보고 조막만 하게 커지면 된장찌개 끓여야지 하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웬일이냐 다친 다리 완치하고 다시 찾아보니 어느새 한아름이네 ~~~ 나를 기다린 그리움의 크기더냐 모두 다 떠나버린 자두 밭에 홀로 남아 너도 주인 행세하고 싶더냐. 22.10.18일 오후
들깨 털러 간다기에 쫄래쫄래 따라갔었다. 창고 속 냉장고도 비우고 전원 플러그 뽑고.. 늙은 호박도 마지막으로 거두고.. 까마중은 서리 맞아 그런가 떫은맛없이 달짝지근하여 몇 줌 따 먹었다. 습지가 아닌 밭둑에 앉은 여뀌들... 풀숲에 숨어 서리 피한 뱀딸기.. 짙은 향기 번지는 산국 쑥부쟁이 억새 까마귀밥 열매.. 밭둑 여기저기 돌아보며 곧 사라질 들꽃들에 새 봄에 복사꽃 피면 또 올게.. 인사 건네주고 사진으로 담아 왔다. 22.10.18일 오후
억지 춘양으로 행랑 살이 옮겨 놓고 빗장 걸고 다 열지 못하던 낯섦 그저 잠시 앉았다 섰다 주위를 맴돌며 수십 번 들락 거려 이제 겨우 막 정 붙기 시작한 내 아지트. 갑작스레 불길 휩싸였다는 뉴스 타고 검은 연기 속에 갇힌 듯 아무것도 안 보이니 웬 날벼락. 다 타버렸음 어쩌나.. 흔적도 없이 공중분해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던 시간들도 잠시 잠깐 아무렇지 않게 보존되어 햇살 가득 말끔한 모습 보여주니 세상에 ~~~ 여기가 어디멘고. 북 치고 장구치고 이제는 풍악을 울려 내가 정착했음을 만천하에 알려도 될 기쁨이어라. 복숭아 수확 끝나고 그 자리에서 내가 나에게 건넨 위로의 꽃다발. 그래 알아 너 수고 했어.... 했던 기억이... 앨범을 뒤적이니 나오네요. 22.10.15일
밤안개가 짙어서 일까요? 사진이 선명하고 이쁘게 찍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림인양 보이기도 하여 몇 장 저장해 두려네요. 아직 걸음이 자유롭지 않아 평일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여 느린 걸음으로 산동네 오르던 길에 갑자기 폭죽 터지는 소리가 시작되고 뜻 밖의 위치에서 불꽃을 만났습니다. 그때서야 오늘 밤이 국제 탈춤 축제 전야라는 것이 생각났지요. 올해는 탈춤 공연장이 아닌 웅부공원 쪽에서 불꽃이 솟구치고 있습니다. 캄캄 한 하늘에 화려하게 퍼지는 불꽃을 홀로 보고 섰다가 손녀에게 동영상 통화를 시도했어요. 다섯 살 손녀가 내 작은 폰으로 보이는 불꽃을 집중하여 보더니 "예쁘다 ~~ 예쁘다~~" 하데요. 불꽃이 멈춘 뒤에 저에게 하는 말. "나도 안동 가서 살고 싶어요 ~~~^^*" 합니다. 오늘은 축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