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달밤에 김장 본문
오후에 형부께서 예정일 보다 하루 빠르게
김장할 배추 뽑아 놓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려 100 포기 란다.
이번 주말에 올케까지 셋 모여 같이 절이고 씻고 버무리고 하자 했었건만
지금 내가 가지 않으면 언니는 혼자 배추절임을 할 것이 분명하기에
언니를 도와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평소보다 한시간 빨리 퇴근하고 언니집에 달려갔다.
내 느낌 그대로 언니는 배추 100 포기 속에 갇혀
혼자 배추 반으로 가르기를 하고 있다.
언니네와 우리 그리고 남동생네 까지
세 가정 몫 김치를 위해 크고 좋은 배추만 골라 50 포기
다듬어 따스한 소금물에 절이는 일까지 해 놓고
수북한 쪽파 다듬기는 내일 배추 씻으러 와서 하겠노라고
언니 혼자 하지 말라 당부해 놓고 왔다.
언니는 동생 아까워 뭐든 혼자 다 하는 엄마 같은 심성을 가졌다.
그러므로 나에게 일 시키기 전에 내가 알아서 눈치껏 도와야 하는데
내가 늦어 일을 많이 도와주지 못하는 때에는
내 미안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잔소리까지 너그러이 받아 호탕한 웃음으로 희석한다.
언니는 오늘밤도 자다 깨어 혼자 마당으로 나가
저 100쪽의 배추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뒤적일 것이다.
내일 오전에 지금 만들고 있는 침대 하나 완성해 놓고
오후에 언니 퇴근 전에 내가 배추 씻으러 다시 가 보련다.
24.11.21일/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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