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소풍 같던 일주일 본문
큰딸이 갑자기 연락 와
일주일 뒤 자격증 시험을 치는데
자신에게 중요한 시험이라 한 달 전부터 준비했으나
회사일과 가정일로 도저히 자신만의 시간이 없으니
앞으로 딱 일주일만 일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합니다.
내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아는 딸이
그럼에도 자신을 도와 달라 요청해오니
오디 수확 전이라는 핑계를 크게 키우며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걸음에 달려갔었네요.
손녀 아침 먹여 유치원 보내고
시간 맞춰 학원에서 데려오고
씻고 동화책 읽히고 소꿉놀이 하고
잠제우고..
치과 데려가 흔들리는 앞니 빼고...
회사일과 자격증 시험 공부 겸하는 큰딸에게 가정일이 마음 쓰이지 않도록
손녀에게는 자신의 스케줄에 엄마 손길이 필요치 않도록
나름 노력하며 손녀와 단꿈같은 생활을 신명나게 했습니다.
국가 공휴일 날에는 출근 안 하는 큰딸이 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나는 손녀와 둘이 지하철 타고 소풍을 나섰는데요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지하철 타고 이동하며 주변 모든 사람들 시선이
내 행복을 부러워해 주는 듯한 느낌으로 뿌듯하기까지 했었지요.
하루는 장미축제장으로
또 하루는 한강공원으로
외할미는 신이 났었는데
손녀는 무척이나 힘들었나 봅니다.
함께 잠자던 손녀가 나를 흔들어 깨우기에 일어나 보니
손녀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여름처럼 볕이 뜨겁던 날 여행 나선 듯 소풍을 다녔으니
나를 따라다닌 어린 손녀에게는 무리였나 봅니다.
수건에 찬물을 적셔 이마에 올려주며
코피가 멈추도록 도와주었는데
보약이라도 먹여야 하나 걱정도 되고
무척이나 미안했습니다.
일주일 되던 날 큰딸은 계획대로 시험을 쳤고
저는 손녀와 꿈같던 날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그리고 오디 수확 하느라 정신없던 날들이 이어졌지요.
배달 다니며 과하게 힘듦을 느끼던 날 저녁 시간에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보니
큰딸에게서 한 줄 문자가 날아와 있습니다.
내가 도와줘서 자신이 원하는 자격증 합격 했다는
그런 내용으로 읽혔습니다.
자신이 노력해 놓고
내게 감사하다니 ㅎㅎ
학창 시절도 그러하더니 아직도 같은 말을 해 주네요.
피로가 싹 ~ 가벼워지는 청량제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회사 다니며 아이 키우며 쉬운 일 아닐 텐데도
도전하고 결실 맺는 노력을 이어가는 딸에게
내가 더 고마움 큽니다.
자신의 아내가 시험 잘 치라고
그리고 도와주러 달려와준 내게 고맙다고!!
일주일간 매일 저녁 사위가 요리하고 식탁을 차려 주었지요.
그 모습 매우 매우 고마워서 헤어지던 날 저녁은
그동안 시간 아껴가며 공부하느라 고생한 딸과
가족의 저녁상차림을 책임져준 사위
그리고 내게 사랑스러운 표정을 남발한 손녀에게
내가 맛난 거 사 줬습니다.
사실 나는 손녀와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다시 또 그런 기회가 올까 싶을 만큼 행복했었습니다.
벌써 한 달 전 소식입니다.
이제야 기록을 남기네요.
다녀온 날 24.05.14일~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