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봄 즐기는 중 본문
이른 봄 산속 추위 견디며
참나무에 표교버섯 종균을 넣는 일을 도울 때면
손 시리고 발 시리고.. 오들오들 떨며 일하게 되는데
힘듦 만큼 수확이 달달했으면 좋겠지만
십여 년 지속되도록 표고버섯만 훔쳐가는 도둑님 때문에...
글쎄 다른 것은 훔쳐가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확실하게 표고버섯은 도둑님과 번갈아 수확하느라
정상적인 수확량에 50% 못 따지 싶다.
우리 노지표고버섯을 대기하고 기다리는 분이 여럿인데
보내주마 약속해 두고 따러 가보면
손톱크기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가져가 버린 커다란 장화발자국
그 야속한 도둑님 때문에
봄가을 모두 주문받은 곳에 다 못 보내고 마무리되고 한다.
암환자 몇 분이 대도시에서는 햇볕에 말리기 힘들다고
어느 분은 굵게 썰어 말려 주세요
어느 분은 최대한 얇게 썰어 말려 주세요
또 어느분은 봄가을로 가루 만들어 보내주세요 하는 분들까지..
난 한 번도 이런 부탁을 거절해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좋은 표고를
병을 이기려는 환자분들께 도움 되도록 제공해 줄까 싶어서...
새벽 4시 30분이면 밭에 닿는 랑님이
아침에 수확해서 밭일 마치는 해 질 녘 시간까지 조립식 판넬 위에서
수시로 뒤적여 주며 말리다가 감춰두고 오면
다음날 밭에 가서 아침 햇살 화창한 시간에 다시 볕에 널어 말리고 하는데
고추도 그렇게 말리더니 표고버섯도 같은 방법으로 요령껏 잘 말린다.
복사꽃이 지난해 보다 늦게 왔다.
벌 수가 적으니 꽃적과 하지 마세요..라는 농협 문자를 받았기에
꽃을 따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진다고
혼자 천천히 할 테니 나는 복사꽃 따러 오지 말라며
막 개화를 시작한 복사꽃을 한 바구니 따다 준다.
꽃을 따모으면 일이 더디고 번거롭다고
이만큼의 꽃으로 만족하니 복사꽃은 그만 가져오라 했다.
이런 일 아니어도 과원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
늘 미안하고 고맙다.
다음 달 초에 사위 생일날 먹도록
쑥떡 만들 쑥을 하러 내가 어느 날은 들에 다녀와야겠노라 했는데
오늘 낫 들고 쓱쓱 베었노라며 가져다준다.
그늘진 곳에서 보들보들한 쑥을 베어 왔다나..
작은딸이랑 둘이 마주 앉아 한 시간 넘게 다듬어
한 줌은 쑥전 만들어 먹고
나머지 쑥은 모두 데쳐 커다랗게 두덩이 냉동실에 넣었다.
저 바구니 속만큼의 쑥을 한번 더 해야
사위 생일에 건네 줄 쑥백설기를 만들 수 있지 싶다.
쑥전을 위한 반죽 할 때
부침가루 50% 도토리 가루 25% 토종밤 가루 25%
혼합하여 사용하므로 쑥전 색이 먹음직스레 곱지는 않다.
오늘은 오전에 내리지 않던 비가
오후시간 들어서며 제법 많은 양이 내리고 있다.
새벽에 밭으로 올랐던 랑님이 비 내리는 시간에 내려왔다.
바로 쑥전 한 접시 부쳐 놓고 점심상을 차려줬다.
그리고 사위 먹으라고 표고도 넣고 민들레 김치도 넣고
쪽파 김치도 담아 대파와 당근까지 식재료 겸하여
방금 택배 보냈다.
24.04.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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