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홍천 여행 첫날 본문
친구들과 홍천에서 아침 8시에 만나기로 약속한 날
내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빠져나오는 시간 새벽 5시
어둑한 밤안개에 묻힌 새벽을 뚫고
세상에 나 혼자 깨어 있는 듯 조용한 고속도로를
영주가 지나도록 혼자 달렸다.
휴게소마다 조금씩 쉬어 갔으니
친구들보다 내가 20분가량 늦게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친구들은 마을 어귀까지 나와서
지각하는 나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친구들 ~
각자의 생활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늘 아쉬움이 되는 벗들이다.
얼싸안고 반가움의 인사 나눈 후
친구들은 아침 안갯속 길을 걷고 싶다며 내 차 뒤를 따랐고
나는 가끔씩 차를 세워 안개 찬 산촌 풍경들을 폰카에 담으며
걸어오는 친구들의 보도를 맞췄다.
모두 다 새벽 출발한 친구들이
휴게소에 쉬어오며 포장하여 들고 온 도시락을 펴 놓고
다 같이 아침 식사로 나눠 먹은 후
가까운 낙산사로 산책을 하고자 했다.
내 차는 세워두고 친구차에 모두 올라
차 한대로 나섰다.
우리는 사찰구경 간 것이 아니라
자연 속을 걸으며 그동안의 밀린 안부들 주고받고 하느라
간혹 눈앞에 보이는 멋진 풍경들 각자의 폰 속에 사진 담으며
계속 나란히 걷기만 하였다.
사찰 정원에 핀 복사꽃 ~
내 복숭아 과원에도 복사꽃이 저렇게까지 활짝 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아래 사진은 진달래도 영산홍도 아닌 철쭉이다.
첫눈이 내렸어야 할 11월 중순에
그것도 강원도에서 복사꽃과 철쭉을 만나다니...
세상에 이럴수가 ....!!
분명 음식점 메뉴 같건만...
검은 가르막을 쳐 놓았다.
이상한 풍경에 대해 친구들은 그 사연을 말해 줬지만
글쎄 ,,,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듣기로는
누가 잘하고 누가 못했고를 떠나
여기는 자비를 가르치는 사찰이 아니던가....
그럼 이런 풍경은 그런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을까 생각하며 들었다.
다음은 점심 식사를 하자고 낙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 것이 무소뿔 아니던가? ㅎㅎㅎ
내가 말했더니
벗은 내 말이 우습다고 허허 웃으며 무소뿔은 아니고
고래 꼬리 같지? 했고 ㅎㅎㅎ
또 다른 친구는 갈매기 날갯짓 비상 아닐까? 한다.
정답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저 하하 호호 단체로 웃기를 원했고
다 함께 까르르 웃었으니
우리 기준으로 모두 다 정답이었다. 우겨본다.
친구차에 캠핑 의자가 실려 있다.
친구가 여기서 이러고 앉아 놀려고 사 실었다 한다.
총무는 늘 맏언니처럼 배려심이 가장 크다.
모두 하나씩 어깨에 울러 매고 파도 가까이로 가서 앉았는데
등을 비추는 햇살은 따스했지만 코끝에 닥치는 바람이 차게 느껴졌다.
난 여기서 이 폼으로
눈 감고 파도 소리를 듣고자 했을 뿐인데
나중에 친구가 말해주길 내가 1분 뒤 바로 잠들더라 했다.
바닷가에서 친구들은 재미나게 놀았나 본데
난 집에 가자고 깨워주는 친구 부름에 선잠을 깼다.
술 안 먹는 친구들은 모이면 노래 하나씩 배워가기를 한다.
제주 여행할 때는 김연자 님의 아모르파티를
호텔 하얀 가운을 단체로 입고 춤과 함께 배웠고
인천 송도 여행에서는 내가 추천한 존박의 이상한 사람을
다 같이 산타 복장을 입고서 배워 익혔으며
이번 홍천 여행에서는 개미 두 마리의 내려놓기를 배웠다.
개미 두 마리 내려놓기 (작사 진시몬)
멈춰야만 볼 수가 있어 눈감아야만 들을 수 있어
왜 우리는 바쁘게만 살았나 오늘 잠시만 내려놓기를
뛰어가면 잡을 것만 같았고 쉬어가면 뺏길 것만 같았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모든 것들을
이제 내 안에서 찾았네
바람이 부는 해변에 앉아 지나온 날을 떠올려 본다
힘겨웠지만 이렇게 살아와 줬던 내 모든 것을 사랑한다
언제라도 웃을 수 있어 사랑만 하면 느낄 수 있어
왜 우리는 미워해야만 했나
오늘 잠시만 내려놓기를
뛰어가면 잡을 것만 같았고
쉬어가면 뺏길 것만 같았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모든 것들을 이제 내 안에서 찾았네
바람이 부는 해변에 앉아 지나온 날을 떠올려 본다
힘겨웠지만 이렇게 살아와 줬던 내 모든 것을 사랑한다
힘겨웠지만 이렇게 살아와 줬던
내 모든 것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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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모두 이 가사가 자기네들 이야기 같단다.
나도 그렇다.
이런 사연이 자신의 몫 아니게 60을 넘긴 사람이 있을까 ...
모두에게 해당되는 당연한 가사다.
친구들은 밤늦게까지 수다 삼매경을 이어갔다 했지만
나는 바다에서 돌아올때부터 감기 기운 살짝 느끼고 있었으므로
일찍 잠들었다.
24011.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