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홍천여행 둘째날 본문
산속 마을은 다음날 아침에도 안개 짙었습니다.
거실 안에서 문 밖 풍경을 보고 섰다가
넷 모두 안개 가득한 테크로 나와
일찍 잠 깬 아침새처럼 조잘거렸던 기억이
앞으로 이쁜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친구들은 아침 식사 준비 한다고 주방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저는 감기 증세 때문에 주방으로 합류는 피하고
옷 두터이 껴입은 후 안개 짙은 산촌 마을길로 산책을 나섰네요.
서리 옷을 입은 단풍도 만나고
마을을 덥었던 운무가 걷히는 모습도 만나고요..
그런데 맙소사...
무 추수가 끝난 밭을 만났습니다.
찍히고 쪼인 무들이 팔려나가지 못하고 외면 받아
무 밭 여기저기 널려 있네요
친구들을 모두 무 밭으로 불러냈습니다.
애들아 ~ 무 이삭 줍자 냉이도 케자 내가 촌넘답게 호들갑을 떨었는데
친구들은 옷 갈아 입을 틈도 없이 잠옷 바람으로 손에 봉지 들고
호미, 모종삽, 까꾸리까지 들고 무 밭으로 달려왔어요.
넷이서 열심히 무도 줍고 냉이도 케고 ~ 하하 호호했지요.
조용하던 산촌에 우리들 웃음소리로 시끌시끌했을 거예요 ㅎㅎ
최고의 신선한 야채와 빵을 가지고
최고급 셀러리 아침 상차림을 차려
수다를 소스처럼 섞어가며 빈접시가 되도록 다 먹었습니다.
안개 걷힌 후 케온 냉이 다듬고 씻고
무는 각요리에 적당한 크기로 썰어 세등분 나눴지요.
저는 집에 무와 냉이가 넉넉하다고 내 몫의 분량을
세 친구에게 모두에게 담아 주었어요.
그러고도 우리는 헤어지기 아쉬워
다시 산골동네 여기저기 산책하며 다녔는데
나는 산촌 풍경 속 친구들 모습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서울 가는 고속도로 막힐까 염려되어
일찍 헤어졌지만
헤어짐이 아쉬운 것은 모두가 한마음이었을 거예요.
자작나무들이 연필로 그린 수채화 같던 산촌에서
1박 2일 가을여행 꿈같이 보내고 왔습니다.
이젠 올해 가을을 완전히 보내도 아쉬운 것 없겠습니다.
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