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워킹맘의 호출 본문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을 워킹맘이라 한단다.
내 딸이 워킹맘이 아니었더라면 몰라도 좋았을 단어였지 않을까..
일하는 엄마를 둔 손녀가 "외할머니 도와주세요~"
이전처럼 코로나 격리 기간도 아닌데 또다시 호출을 한다.
일주일 해외출장 다녀오겠다는 큰딸.
이번에도 도와 줄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 왔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여쁜 손녀와 꿈같은 일주일 동거를 상상하노라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울 뿐 ~
약속 날짜에 청량리 역에 도착했더니
손녀가 어미아비랑 같이 마중을 나와있다.
내 짐은 사위가 받아 들었고
손녀는 내 손을 꼭 잡고 꽃밭에 나비 날듯 나풀나풀 좋아라 한다.
외할머니 이 것 좀 보세요.
외할머니 여기 참 좋지요.
외할머니 이 쪽으로 걸어요.
외할머니 여기는 조심해야 해요.
외할머니 외할머니...
외할머니...
쫑알쫑알 아침 새소리 같은 손녀의 부름마다
그래. 그래. 그랬구나. 좋아라. 고맙네. 그럼. 그럼. 그러자꾸나.
단대답만 따라 하기도 벅차다.
아침 식탁을 차려주면 감사합니다 ~ 인사부터 해 주고
머리 묶어 주면 마음에 들어요 ~ 행복해하며
유치원으로 등원하는 길, 하교하는 길 내 손 잡고 걸으며
요즘 친한 친구들과의 어울림 이야기 속마다
불러주는 그 이름들 외우기가 나는 바쁘다.
기다리며 놀이방 청소를 말끔하게 해 주니
"고마워요 고마워요 팔 아팠지요?" 물어주고
내 두 팔에 매달려 그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안마해 주는 시늉까지 ㅎㅎ
외할머니 손톱에 봉숭아 물들였지요?
어떻게 네가 봉숭아물을 알고 있느냐 물어보니
친구는 봉숭아꽃을 따고 찧어서 손톱에 올려 물들였다며 자랑하더라고
자랑하는 그 색이 외할머니 손톱색하고 같았다는 설명까지..
너도 하고 싶냐?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 날 봉숭아물들이기 가루 사놓았다가 잠들기 전에 물들여 줬더니
너무도 행복한 표정으로
"외할머니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안 될까요?" 해 주는 애교.
딸이 해외에서 돌아오는 날까지
동화 속 꿈 같은 일주일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돌아오는 날 청량리 역까지 배웅 나와서
내 손 잡고 느릿느릿 뒷걸음 걷던 손녀가 나에게 건넨 말은
"내가 늦게 걸어서 외할머니 기차 출발 시간 놓치면
우리집에 며칠 더 있다가 갈 수 있지요? "
헤어져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은 네가 나에게 해 주지 않았니? 라며
달랬지만 손녀는 진정 보내주기 싫다는 듯 아쉬운 표정이 길었다.
많이 컸다.
키 보다 마음이 더 빠르게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떼쓰고 응석 부리며 좀 천천히 자라도 좋으련만...
워킹맘 어미가 내 마음을 읽었을까..
열차 안 좌석까지 따라 들어와 배웅해 주며 내 어깨를 감싸 안고 건네주는 인사는
빨리 자라야 엄마를 덜 부를 텐데요..
이번에도 도와줘서 고마워요. 했다.
23.10.16일~ 21일
'♣ 마음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하호 산책 (16) | 2023.11.12 |
---|---|
남의 집 청소 후유증 (6) | 2023.11.05 |
내 기도 보다 몇 곱 더 행복하길.. (0) | 2023.09.25 |
아리송한 애교 (18) | 2023.09.15 |
두 마음 (15) | 2023.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