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끝나도 끝이 아니다 본문
과로 탓인지 도시에 꽉 찬 연기 탓인지
따가운 눈과 뜨끔 거리는 목
밤낮 수시로 38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오늘까지 7일간의 긴박했던 안동 산불 속보와 함께 했습니다.
구구절절 날마다 적었던 일기들은
한마디로 속수무책 노심초사였으니
두 손 맞잡은 기도는 오직
모두가 안전하기를 뿐이었습니다.
오늘은 정신 차리고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마을 친지님들께 안부 전화를 했네요.
들려오는 소식들은 가슴 먹먹하여 절망뿐입니다.
집도 숟가락 하나도 없는 분들께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조차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오신 고객님께서는 다급히 대피하느라
입고 있는 옷 외 모두 불타버렸다 했습니다.
보이는 것들 외 아무것도 없다. 하시네요.
입고 있던 겉옷을 드릴까요? 물었더니
주면 감사히 입겠다 하십니다.
그분께 가게 안에서 입는 겉옷 하나를 드리고
내가 착용하려고 사놓은 마스크 일곱 개와
선물 받아 박스 개봉하지 않은 머그컵 3개도 함께 드렸습니다.
고맙다 말씀하시는 그분께
가게라서 뭐 더 챙겨 드릴 것 없어 죄송하다. 했습니다.
가슴조리는 지옥의 일주일이 무탈하니 지나고
이제 다 끝났구나 싶지만
내가 무탈하다고 다행이라 할 수 없는 것은
주변에 다 잃어버리고 허망하신 분들이 너무도 많아
아무 일 없는 내가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피해마을 분들의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일상은
언제나 가능 할까요?
먹먹하고 막막하다는 말 밖에요.
25.03.29/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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