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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부모님 은덕 본문

♣ 마음뜨락

부모님 은덕

블로섬 2025. 4. 1. 16:41

 
이틀간 무서운 속보 속에
화마가 널 뛰기 하던 시댁 고향 마을 선산..
그곳에 시부모님 묘소가 있습니다.
 
긴박했던 대피 소식도 이곳에 불길이 날뛰던 시각이었으니
무사하실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네요.
 
그럼에도 당장 달려와 볼 수 없었던 것은
잔불이 다시 살아 날까 하여
잔불까지 끝나도록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지요.
 
산아래 주차 해 놓고 골로 트인 길을 올라 봅니다.
초입부터  화마가 활기고 간 흔적을 밟고 오르려니
가슴이 불안으로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오르던 길에 만난지 수년 지난 시댁 친지님을 만났네요.
대전에서 안동 산불 끝났다는 소식 듣고 
부모님 산소 살펴보러 오셨다가 산을 내려오는 길이라 하십니다.
 
어떻더냐고 간단히 여쭈니
탔더라고 간략하게 답하는 눈가가 젖습니다.
 
마스크를 왜 안 쓰셨냐고
내 차로 다시 달려 내려가서 마스크 하나 꺼내 건네 드리며
이곳은 비가 안 와 아직도 공기층에 떠도는 화기먼지가 심각하니까
빨리 마스크를 착용하시라 권유했습니다.
 
다리에 힘 풀린 친지님께서
무사히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 보고서
저도 시부모님 묘소 가까이로 더 올라가 봅니다. 
 
 

 
 
부모님 묘소 가까이 닿도록 올라도
모두 타버린 나무들 아래 검은 숯들만 나뒹굽니다.
 
내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이 언덕을 할퀴고 지나칠 때면
발아래 희뿌연 재가 낮게 솟구쳤다 주변으로 사방 날아가네요.
 

 
 
부모님 묘소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솟구치네요.
어찌합니까 어찌합니까... 혼자 한탄하듯 중얼거렸습니다.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묘봉 잔디에 
타다만 편백나무
붉게 익어버린 주목나무
단풍 입은 소나무...
 
무슨 말할까요.
이 모습에 인사는 또 뭐라고 드릴까요...
 

 

 
 
"아버님 어머님!!
 하늘에서 무방비로 쏟아지던 그 뜨거운 불기둥
 꽉 잡고 놓지 않아 주셔서
 시가지 자식들 가정마다 모두 무탈했습니다.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마 바로 볼 수 없을 만큼 죄스러워
숙인 고개 감은 눈으로
짧은 인사를 마쳤네요.
 
 

 

 
 
풀 한 포기 뽑아드릴 필요조차 없을 만큼 타 버렸는데 
여기까지 왔다가 돌아가는 며느리에게 보여 주시려고
그 사이 할미꽃 피워 두셨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할미꽃도 사진 찍으며
"고마워요 어머니...!!" 
묘봉 한번 더 올려다보고 검은 언덕을 내려왔습니다.
 
25.04.01/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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