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아름다운 블로섬

서울 가는 준비 본문

♣ 마음뜨락

서울 가는 준비

블로섬 2025. 3. 20. 12:30

병원 예약과 친구들 모임

그리고 결혼식 하객 참석을 1박 2일 엮어

서울 다녀올 준비를 합니다.

 

물론 손녀와 하룻밤 약속은 당연하지요.

오늘 저는 종일 손녀에게 건네줄 찬 거리 준비로 바빴네요.

 

땅콩 반찬도 손녀가 좋아하는 찬 중에 하나입니다.

남겨두었던 땅콩 중에 마지막을 꺼내놓고 깎습니다.

 

흰 땅콩은 껍질 얇아 까기가 어렵지 않지만

흑땅콩은 껍질 두꺼워 손이 아프도록 오래 깎아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찌꺼기다 보니 땅콩 알이 잘고 굵고 섞였습니다.

 

어느 것은 작아도 속이 알차게 박혔는가 하면

제법 큰 땅콩을 깎았지만

속이 텅 빈 듯한 공간에 아주 작아 반찬을 할 수 없는 땅콩도 있습니다.

 

조림을 해 놓으면 간이 짜지니 버릴까 싶지만 쉬 버리지 못함은

입속에서 사탕 보다 더 빨리 녹아 내리던 옛 추억 속 땅콩 맛을

고스란히 기억하기 때문이지요.

 

저의 유년시절에는 주방을 정지라 불렀고 

정지 문을 열고 두 계단 내려가서 가마솥 아래로 아궁이가 있었어요.

그 옆에 연탄불도 있었지만 연탄 가격이 높아서였는지 몰라도

가마솥에 밥 할 때가 더 많았던 거 같아요.

 

가마솥 아래 아궁이에 불 피울 때면

먼저 마중불 피우는 재료로 땅콩 껍질을 사용했어요.

 

 

 

아버지께서 땅콩 껍질 공장에서 큰 쌀가마니 크기의 자루에

땅콩 껍질을 사 오셨는데 정지 한쪽에 조금 부어 놓고

 

밥 지을때마다 풍로 돌려 땅콩 겁질로 불 피우는 아버지 곁에

제가 앉아 있노라면

어쩌다 잘려 나간 손톱만한 크기의 땅콩 찌꺼기들 나오는데 

아버지께서는 그것을 저의 입 속에 넣어 주시고 하셨지요.

 

요즘은 맛난 것들이 넘쳐나 아쉬운 것 없이 

입맛 데로 무엇이든 풍족하게 먹을 수 있지만

저는 아직도 그 시절 그 작은 땅콩에서 번지던 꿈 같은 맛을

잊지 못해 추억하고 있답니다.

 

 

 

오늘도 아주 작아서 쭉정이 같은 한알까지 버리지 못하고

입속에 오물 거리며 옛날을 추억했네요.

 

손녀는 오독오독 씹히는 맛을 좋아했습니다.

 

땅콩을 두어 번 씻어 소쿠리에서 물을 빼고

냄비에 채반 깔고 땅콩을 쪘습니다.

 

마늘 기름에 간장 살짝 

복숭아잼 한 숟가락 추가로 넣어

전혀 짜지 않게 조림 했지요.

 

 

 

어쩌면 밥 없이 땅콩조림만 먹겠다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 해도 전혀 짜지 않으니 걱정 없습니다.

 

그 외 여러 반찬들 더 만들어 

아이스박스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물론 사위가 좋아하는 반찬과

딸이 그리워하는 반찬까지 더 담았지요.

 

병원도 모임도 결혼식 하객 참석도 전혀 설렘이 없는데

심심한 땅콩 조림 맛나다 해 줄 손녀 만날 생각 하니 마냥 행복해

피곤 한 줄 모르고 짬짬이 주방에 서 있었습니다.

 

25.03.20/밤

'♣ 마음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님 은덕  (12) 2025.04.01
끝나도 끝이 아니다  (10) 2025.03.29
게으른자의 바지런 결과  (16) 2025.03.16
나 63세에 처음 5km 뛰다  (11) 2025.03.09
안 들킨 죄  (17) 2025.02.1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