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작은딸 생일 준비하며 본문
여름 복숭아 수확하는 동안 딸이 주방 담당을 했었다.
새벽에 밭에 오르며 점심 먹을 도시락까지 싸들고 갔어도
쏟아지는 주문량 맞추느라 일 많은 날에는
도시락 펼쳐두고 밥 먹을 시간조차 없어
싸들고 갔던 도시락을 그대로 가지고 내려 온 날도 여러 번..
그때마다 딸은 주먹밥을 준비해 놓고
배달 다니며 내 입에 한 덩이씩 넣어 주고 했었다.
다시 다음 주부터 시작될 가을 복숭아 수확을 앞두고
나는 오늘 가게에 딸린 주방에 냉장고 청소를 하고
싱크대 하부장 청소를 했다.
딸이 주방에 서서 찌게 끓이는 요리라도 할라치면
바쁘다는 핑계로 얼렁뚱땅 해 놓고 사는
어미 살림살이 그대로 배울까 봐..
그 점이 무서워서..
상차림 하며 "사 먹는 김치가 맛없어요.." 하던 딸에게
딱딱이 수확 마치면 김치를 넉넉히 만들어 두마 답 했었는데
쉬어가는 일주일 꽉 차도록 김치 만들 시간 없으니...
오후에 작은딸 생일을 앞두고 장 보며 김치를 또 샀다.
2kg 12.000원
덩어리 사태살 삶고
표고버섯을 한 줌 넣고
쌀뜨물 부어 미역국을 한남비 끓였다.
작은딸이 좋아하는 잡채도 만들어야 겠는데
몇 번 망설이다 포기했다.
시금치를 손에 들었다 놓으며
말랑이 복숭아 수확 마치면 잡채 만들어 먹자 ~ 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엄마가 먹고프면 내가 만들어 줄까? 한다.
이럴 땐 시집 안 가고 곁에 있으니 좋긴 하다만...
다음 생일도 내가 미역국 끓여 줘야 할까?
장난 삼아 은근 눈치보며 물었는데
앞으로 몇 번 더 끓여 줘야 할 거라고 징그런 애교로 답을 준다.
24.08.24/오후
사진 : 키우던 괴마옥과
선물 들어온 괴마옥을 한 분에 합하여 심었다.(24.08.24/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