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하늘이 하는 일 본문
어제저녁 내 매장 앞 풍경이다.
거친 비바람에 차들이 멈춰 서고
거리를 걷던 사람들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저녁 8시 좀 이른 퇴근을 했는데
그때는 억수같이 퍼붓던 비도 멈췄었다.
과원에 나무들 꺽였을까 걱정되어
잠 설치는 긴 밤이 지나고
새벽 4시 30분 산으로 올랐다.
산비탈길도 골패인 능선길도
어제저녁 비바람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는 듯
그래서 나에게 고자질이라도 하겠다는 기세로
꺾인 잔가지들 어설프게 널브러져 진입부터 막는다.
치우고 피해 가며 과원에 들어서니
흥건하게 젖은 복숭아 나무들과 밭작물들...
수확 중이던 오디는 그대로 사방 흩어져 흙과 함께 섞였고...
하늘이 하는 일 내 힘으로 어쩌랴마는..
하루하루 늦어지는 순번을 기다리며 오디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선주문 주신 분들 원망 섞인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이번 주문은 암치유센터로 가는 차례였는데...
죄송하고... 죄송한 내 마음이
안개비에 젖어도 피하지 못한다.
떨어진 오디는 모두 쓸어 모아서
흙구덩이 파고 그 속에 묻어 버리기로 하고
복숭아 봉지 씌우던 작업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복숭아 나뭇잎들이 빗물을 머금고 있어
그 아래로 내가 들어서면 비 떨어지듯 하니..
이것도 포기...
해 뜨면 자연히 마르도록 기다릴 수밖에
나는 차량 안으로 돌아와 시트를 내리고 누웠다.
지난밤 잠 못 든 시간이 길건만
여기서도 눈은 멀뚱 거리기만 하니...
이 시간이 이렇게 아깝다.
시간을 저축하는 방법은 왜 없는 거야..
저 뽀얀 안개비는 언제나 멈출까..
23년 06.12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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