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아빠와 아버지 본문
나 어릴 적 부친을 부를 때 아부지 아부지 했었다.
친구들은 모두 아빠아빠 라고 부르던데
그 아빠라는 존칭이 왜 그렇게 부럽던지..
어느 날 아부지께 나도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느냐 여쭤봤었다.
부친께서는 아빠라는 말은 물 건너온 단어라 하셨다.
아버지께서 기억하고 계시는 선조 때부터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는 양반은 본 적이 없다 하셨다.
내 나이 17살에 아부지 천국가시던 날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아빠라는 존칭으로 선친을 불러본 기억이 없다.
서른 이전에 시집간 딸은 지금도 자신의 아버지를 아빠라고 존칭 한다.
시집가서 본인도 자식을 둔 어른이 되었어도
어쩌다 만나는 친정 부모 앞에서는 어리광 부리고 싶을 터이니
아빠를 아버지라 존칭 바꾸라고 나는 애써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결혼 안 한 작은딸은 서른이 넘고부터 내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자연스레 아빠를 아버지로 존칭을 바꾸었다.
어느 날 내가 넌 왜 갑자기 아빠를 아버지라 존칭을 바꾸었느냐 물었더니
나도 이제는 부모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가 아니라서
당연히 아빠를 아버지로 존칭을 바꿨다고 말한다.
내가 두 딸들 앞에서 랑님께 큰딸이 불러주는 아빠가 듣기 좋으냐
작은딸이 아부지라 부르는 호칭이 듣기 좋으냐 슬쩍 물어봤는데
랑님은 허허 ~ 웃으며
뭣이든 좋으니 자주자주 많이만 불러다고 했다.
그때 아무 영문도 모르는 사위가 문을 밀고 들어서며
"아버님 ~" 하고 장인을 불렀었다.
다 같이 호탕하게 웃으며 "아버님 ~ " 이 존칭이 정답이네 ~ ㅎㅎㅎ했다.
요즘 내 가게에서 15년째 크고 있는 익소라 꽃이 만개했다.
나는 방금 이꽃분에 물 부어 주고 서서
두 딸들 눈웃음 닮았다. 는 생각을 잠시 한다.
23.05.18/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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