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어영부영 살아내기 본문
대구를 다녀오겠다 했다,
오늘은 차 안 가져가고 고속버스 이용하겠노라 했었고
왜 차를 안가져 가느냐 물어 오기에
비도 내리고 ..
낯선 도시 낮선 장소 주차 문제도 있고..
그런 대화를 하다 씻고 오니
작은딸이 내 폰 들고
고속버스 앱 다운로드하여 왕복 버스표를 예매해 놓았다.
결제를 자신의 교통카드로 하였으니
혹여나 돌아오는 버스 시간 변경해야겠거든
자신의 카드로 예매 취소 후 다시 타고 올 버스를 예매하라는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도 줬다.
큰딸도 작은딸도 내가 대중교통으로 도시 나드리 나가는 날은
나에게 매우 친절히 내가 다녀야 하는 노선을 메모까지 해 주며
상세하게 안내해 주는데
나는 매번 이런 친절을 행복하니 받아 고마워하고 있다.
안 알려줘도 이 정도 즘이야 나 홀로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지만
그녀들의 친절을 거절하거나 무시해 본 일은 없다.
버스표도 미리 예매해 놓았겠다 바쁜 일도 없는데
20분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따스한 커피 한 병을 사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휴대폰 화면에서 예매된 바코드 열고 서서
교통카드 모양이 그려진 곳에 몇 번을 가져다 붙여 보아도
체크되지 않는다.
폰을 뒤집어서 해 보고
화면이 보이도록 붙여 보기도 하고
가까워서 안되나.. 멀어서 안되는 것인가,,
당황하고 보니 더 안 되는 것 같다.
이럴 땐 나 혼자 차표 예매하고
종이 승차권 이용하여 승차하도록 두었더라면.. 하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약간 살짝 스쳤다.
버스 기사님께서 머뭇거리는 내가 이상해서였을까
멀리 계시다가 등뒤로 오시더니 나에게 조금 큰 목소리로 알려 주시기를
"밑에 넣으소 밑에" 하는데...
그 밑이라는 것이 어디일까
교통카드 그림 그려진 아래쪽으로 일 없이 폰 화면을 가까이해 봤으나..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ㅠㅠ
기사님은 내게 거듭 "밑에 넣으라카이 요 밑에"하시다가
오른쪽 오른쪽 한마디 더 힌트를 주셨지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아무리 살펴봐도 모르겠는 걸 어쩌나
나 스스로 이제는 고속버스도 순조롭게 못 타는구나..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데
내 뒤 버스에 오르는 청년이 불 켜진 부분에 폰을 넣으니
그 기계가 좌석 번호까지 알려준다 ㅎㅎ
이제 눈으로 봤으니 나도 할 수 있다,
청년이 폰을 넣던 부분에 내 폰을 넣으니
내 좌석도 친절히 소리쳐 준다.
버스 기사님보다
나를 그 자리에서 통과시켜 주는 그 기계가 더 고맙다.
버스 기사님 답답한 내 모습 뒤에서 보며
" 하이고 이 할머니야 그것도 몬하나.. 속마음이 그랬지 싶다.
간신히 내 자리 찾아가 앉으니
출발 10분 전이다.
사 들고 올랐던 커피를 마시려다가
혹여나... 아직도 버스에서 아무것도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하는
확실치 않은 의문 때문에
커피를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차 밖 문입구 쪽에 서 계시는 기사님께
커피를 차 안에서 마셔도 되느냐 물었더니
차 안에서 마셔도 된다는 허락을 하신다.
그 한마디가 어찌나 고마운지 ㅎㅎㅎ
아침을 안 먹고 왔으므로 안된다 하면 버스 밖에서 다 마시고
오르려 했었다.
차는 곧 출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예매 된 시간보다
30분 앞 차 타려고 시간을 변경하려
딸이 건네준 카드를 꺼냈는데
이번에는 카드비밀번호가 필요하단다.
딸에게 카드 비밀번호를 물어보려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이 안 된다.
장사하는 딸이 통화 안될 때 잦으므로 조바심 느낄 필요도 없다
그냥 30분 앞차 타는 것을 포기했다.
어영부영 터미널에서 한 시간을 어슬렁 거렸다.
날씨도 춥고 한 시간이면 자가로 거의 집 가까이 갔을 시간이라
공백의 시간이 아깝다.
아침에 왜 차를 안 가져왔던고... 잠시 후회도 했지만
다음에 또 버스 타고 올 것이다 싶고
그때는 내 카드로 내가 예매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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