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눈 깜박 한 사이 본문
겨울에 못 다 먹은 옥수수를 삶았다.
지난가을에 냉동실 속 켜켜 쟁여 둘 때는
겨우내 굶어 죽을까 봐 걱정해서였나...
김장 김치도 많이 남아있고
무 배추도 저장을 잘하여 요즘 끼니마다 겉절이 먹는 맛이
김치보다 맛나다.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둔 고구마도 넉넉하고
자잘하기는 하지만 야콘도 아직은 남아있다.
이렇듯 지난 가을 여유로움이
부른 배 쓰다듬으며 겨울 내 살아왔음에도
이 봄까지 모자람 없이 그대로 살고 있다는 현실
보릿고개 허기진 삶을 살아오신 모친께서
지금 내 주방 살림을 보신다면
구중궁궐 수라간이 여기로다 하실 일이다.
23.03.22일
봄이 왜 이렇게 바쁠까
바쁘고 급해서 순서 기다리지 못하여
마구잡이로 피고 있다.
그뿐인가 오늘 내리는 봄비에
목련은 이미 그 나무 아래 뽀야니
담장 칠하던 페인트 떨어지듯 낫낫이 내려앉았다.
이러다 5월이 오기 전에 영산홍 피어나고
언덕마다 아카시아가 넘쳐나며
축제를 기다리지 못한 철쭉까지 뒤죽박죽 섞이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봄이
내가 어리버리하는 사이 순식간에 왔다가
바람처럼 날아 여름에 불시착되지나 않을지..
문득 그런 상상을 한다.
23.03.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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