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봄 소식 같은 안부 본문
머리는 수술 잘 되어 완치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머리 수술할 때 심장 진료 3개월 후 예약이
그 당시는 아득한 듯했으나 어느새 3개월이란 기간이
바람같이 훌쩍 지나 예약했던 날에 닿았다.
2월 28일에 심장 3가지 검사를 했고
그 후 일주일 지난 오늘은 결과 들으려 오후 2시 예약이다.
먼 거리를 자주 오갈 수 없어 남대문 재료 구매와
친구의 생일 모임을 병원 진료 하루 전날로 엮어
1박 2일 랑이님과 딸 집 신세를 졌다.
전날 남대문에서부터 무거운 가방 울러 매고
친구들과 열린 송현 주변을 느릿느릿 걸어 다닌 탓에
오늘 아침 눈 뜨니 치료 중이던 어깨에 통증이 크다.
그럼에도 손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내 표정도 내 마음도 내 아픔까지도
한순간 환하게 밝아 깨끗해진다.
손녀가 일어나 나에게 건넨 첫말은
"외할머니 아파요? 라 한다.
품에 안아주며 '왜 내가 아프다 생각했느냐' 물었더니
어젯밤 나랑 윷놀이 하려는데
내가 일찍 잠들어 자신이랑 놀아주지 않았다. 했다.
기대하며 나를 기다렸을 텐데 서운했나 보다.
그래도 어제저녁 식사는 우리 같이 먹었고
잠잘 때까지 내가 아프다는 말은 안 했으니 아픈 것은 아니었고
손녀가 씻고 오기를 기다리다 나도 모르게 잠을 일찍 잤노라고
나를 걱정해 줘서 고맙다며 손잡아 줬다.
나도 너랑 윷놀이가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하여 너만큼 아쉽다고도 말해줬다.
딸이 출근하며 나에게 손녀의 아침 식사와
유치원 등원을 부탁하고 현관을 나간다.
세발나물 무침과 주황색 파프리카를 다져 넣고 계란말이를 예쁘게 만들었다.
두부를 작은 납작으로 잘라 핑크 소금을 살짝 뿌리고 들기름에 부드럽게 구웠다.
백김치는 가위로 송송 잘게 잘라 모두 세 가지 반찬으로 손녀 밥상을 차려줬다.
이제는 먹여 달라는 말 안 하고 혼자 숟가락으로 폭폭 퍼 먹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손녀가 원하지 않았으나
나는 반찬을 숟가락 위에 자꾸 올려주었다.
그랬더니 외할아버지를 불러 자신 밥 먹는 것을 도와 달라 하고
나에게는 어서 머리방울 가져와 자신 머리를 묶어 달라 청한다. ㅎㅎ
내가 만들어 간 머리방울로 손녀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 주었는데
현관 거울을 보고 만족해한다 ㅎㅎ
보들보들한 머리카락을 반듯하고 예쁘게 묶기란 쉬운일 아니기에
다시 묶어 달라 할까 봐 잠깐이지만 긴장이 됐었다.
유치원 원복 입히고 가방 들고 현관을 나서는데
손녀는 또 외할아버지를 부른다.
어서 옷 갈아입고 자신이 다니는 유치원이 어디쯤인지 같이 가야지요. 했다
이젠 생각도 말도 더 이상 아가가 아니다. ㅎ
하여 외할아버지 얼떨결에 같이 따라 나셨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 잡고 서 있는 둘의 표정이 무척 밝다.
외손녀 다니는 유치원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내가 혼자 걷는 다면 5분이면 닿을 곳에 유치원이 있었다.
손녀는 멀미가 심하여 차를 타고 이동하는 유치원은 보낼 수 없다 하더니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유치원이 있어 다행이다.
유치원 현관에서 손녀는 자신을 마중 나온 선생님께
"우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예요"라고 우리 쪽을 손짓하며 소개를 한다.
얼떨결에 인사를 주고받았다.
에구구... 선생님과 인사 나눌 거라 생각했다면
좀 이쁘게 다듬고 올 것을 ㅎㅎㅎ
손녀 밥 먹이고 머리 빗기고, 옷 입히고, 손 잡고 나오기 바빠
나는 거울도 안 보고 대충 겉옷만 걸치고 나왔건만..
깨재재 했을 내 모습이 손녀에게 미안했다.
다음은 12시에 점심 먹으러 올게요 했던 큰딸을 기다리며
된장찌개도 끓이고 겉절이 무침도 했다.
생선 한토막도 구웠다.
점심시간에 직장동료들과 같이 먹는 식사를 취소하고
집으로 달려온 딸과 함께 푸짐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사위는 아침은 먹지 않겠다 했고
점심은 회사에서 직장동료와 같이 먹겠다 했다.
아마도 밥 먹는 시간이 우리와 맞지 않은 듯했다.
2시 병원 예약 시간이라 딸을 회사 앞에 내려주고 병원으로 향해도
늦지 않게 병원 도착을 했다.
일주일 전에 검사받아둔 것을 확인한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부터 먹을 약처방을 바꿔 주신다.
이렇게 검사해 보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하셨다. 다행이다.
그리고 또 3개월 후에 검사를 다시 해 보자 한다.
병원을 나서며 바로 고속도로 올려 하행을 시작했고
내려오는 동안 지난 3개월간 혹여나 하며 마음 졸였던 수심이 사라져
이제는 마음 안정이 되고 홀가분했다.
그동안 내 주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아픈 사람이 많던지..
랑이님 뇌출혈 소동 이후 마음 편히 안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행하는 3시간 동안 내 주변 병과 씨름하는 분들에게 안부 묻는 통화를
여러분께 했다.
다들 자신들은 좋아지고 있단다.
그중 수술 후 3개월에 한 번씩 다니던 향암치료도
이제는 6개월에 한 번 다녀온다는 조카의 소식이 눈물 날 만큼 고마웠다.
모두 내 랑이님은 어떻냐고 물어온다.
나도 오늘 검사 결과를 말해주며 이제는 홀가분하다 했다.
얼음 강이 녹는 봄소식 같은 안부들을 서로 주고받았다.
* 사진 : 3월이면 어김없이 피는 행운목꽃 올해도 피어나다.
안 아프고 살 수 있는 사람 있을까..
아파도 치료하고 이렇듯 고쳐가며 살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다.
23.03.07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