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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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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뜨락

회상

블로섬 2025. 12. 20. 02:32

양지바른 언덕 중턱에

부친께서 흙벽돌과 초가지붕으로 손수 지어

내가 첫돌 무렵 이사 들어간 집

 

내가 네 살 때 남동생이 태어났던 기억과

호롱불 아래서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신던 일

매주에 박힌 콩알을 몰래 떼어먹기도 했었고...

 

겨울이면 처마에 길고 반짝이는 고드름이 달렸던 기억과

여름이면 멍석 깔고 모깃불 피워 누워서 별자리 익히던 밤들...

 

새마을 운동 시절에 수도가 마당에서 물이 나오던 신비로움과

백열등 전기가 방안에 달렸던 놀라움이 생생하고..

 

이 집에서 선친께서 별세하셨고

위로 나까지 삼 남매가 결혼하며 떠나온 집을

 

가난한 어머니 혼자 살며 태풍에 한쪽 귀퉁이 쓰러져 가던 곳을

제대하고 돌아온 남동생이 손수 수리하여 엄마랑 함께 살던 집

 

그 오두막에서 남동생도 장가가며

올케가 늘 아픈 내 엄마를 모시고 신혼을 꾸미더니

온 동네방네 효자 효부 소리 들으며 불평 없던 심성으로 살림 일궈

 

몇 년 만에 조카 안고 내 어머니 앞 세워 아파트로 이사 들어갈 때

어머니 보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미련 없이 비워주고 나온 집.

 

올케 품에 안겨 이사 나오던 조카가 올해 대학원 졸업을 하니까...

어느덧 세월이...

 

요즘 부쩍 그 집에서 자랐던 내 유년 시절 이야기를 자주 했더니

작은딸이 자신도 아주 어릴 때

외할머니 집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따스했던 추억들이

토막토막 생각난다고 장단 맞춰 준다.

 

그리고 오두막 집 옛 사진 한 장과

내가 전해주는 이야기와 자신의 아주 작은 추억 만으로

연습장에 스케치를 시작하더니

 

그림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며

나는 "어쩜 어쩜 그래그래 그게 맞아 그랬지 그랬어..."

마음이 콩닥콩닥 설레고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꿈을 하나씩 이루며 성장하기보다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포기하며 자라야 했던 가난의 그 집이

 

작은딸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감동으로 그림 속에 담기는 과정을 

여러 날 지켜볼 수 있었다.

 

 

 

오늘 작은 딸이 내 앞에 내밀어 주는 이 그림

자신이 그림을 정상적으로 배웠더라면 더 잘 그려줄 텐데

 

이렇게 그리는 것이 맞는지

어디가 어떻게 틀렸는지 모르겠어서

수정해 줄 수 없다는 수줍음으로 건네주는 완성된 그림.

 

이 그림을 받아들고 나는 또 딸에게 수다스레 말이 많아졌다.

 

딸아 네가 이 돌 축대를 기억해 주는구나...

이 자잘한 돌 축대는 네 외할머니께서 개천에서 양동이에 여러 개씩 담아

머리에 이고 오셔서 손수 쌓으셨단다.

 

외할아버지께서 홀로 이 집을 지으신 고된 수고로움은

내 눈으로 직접 못 봤으니 그저 가늠되는 감사한 마음이지만

 

네 외할머니께서 장마가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마당 흙언덕이 씻겨 내림을 걱정하며

이 축대를 홀로 여러 달 쌓으신 것은 아직도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구나...

 

참으로 따스하고 고마운 두 분이셨어....

 

고맙다 딸아

내게 이런 감동을 주는 넌 말이야

"확실히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효녀란다.!!!"

 

 

25.12.19일/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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