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갱식이 본문
아침 일찍 공복 검사받으려고 대구를 갔다.
크게 나빠지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고
요즘 전에 안하던 운동을 많이 하는데
왜 콜레스토롤 수치가 낮아지지 않는지 궁금했지만
더 높아지지 않음에 스스로 위로가 되기도 했다.
어렵사리 시간내어 대구까지 갔으니
일 하나를 더 엮어 대구역 부근으로 이동 중에
허기를 느꼈다.
일 보다는 배가 고픔을 먼저 해결하고자
목적지 주변에 주차를 했고
주차한 주변을 돌고 돌아도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한참을 걸어도 식당이 없고
설마 대구역 뒤편은 식당이 있겠지 생각하며
그쪽으로 걸어 이동을 해 봤으나
그 동네 사람들은 외식 안 하고 사는지
어째서 식당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반대쪽 길 건너 골목 안 어렴풋 색바랜 붉은 글씨가
해장국이라 적힌 간판 보이기에
해장국인들 어때하고... 뛰듯 건너가 식당 가까이 가보니
맙소사... 샷시가 내려져 있다.
실망하는 마음으로 되돌아 나오려는데
얼핏 라면이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공복 허기에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다.
라면이라도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좁은 식당문 안으로 들어섰는데
한 세평 되려나...주방까지 합하면 대충 다섯평??
홀 가득 앉아 식사 중인 젊은 분들이 얼추 보아도 열명이 넘는다.
사실 이 광경이 당황스러울 만큼 놀라웠다.
다행히 구석진 자리 빈 의자 두 개 여유 있어 앉았다.
그 자리에서 라면 먹으려면 가방은 내 무릎에 올려놓아야 했지만
엉거주춤하다가 이 자리마저 없으면 라면조차 못 먹겠다 싶었다.
단순히 라면이라도 먹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라면이면 라면이지 다양한 라면 메뉴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놀랐다.
다행히 면이 아닌 딱 하나 죽이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갱식이<갱죽>
갱죽이 뭐예요? 여쭸고
여리여리 예쁘게 나이 드신 요리사님께서
밥에 김치와 야채들 넣고 끓인 죽 종류라 하신다.
죽이면 주세요.라고 주문 했다.
그리고 내 앞에 죽이 놓이는 시간까지
홀 안에 가득 찼던 젊은 분들이 잘 먹었다는 인사 하며
줄줄이 식당을 나갔는데
주고받는 인사가 오래도록 친분 엮인 사람들처럼
예사롭지 않게 정스럽다.
그중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이 맛이 그리워
멀리서 택시 타고 왔는데 먹고 갈 수 있어 좋다는 인사를 하고
요리사님은 멀리 가서 못 오나 보다 했는데
오랜만에 얼굴 볼 수 있어 고맙다는 답을 하신다.

내 앞에 갱죽이란 것이 놓였다.
그런데....
울컥 엄마 얼굴이 보인다.
유년시절에 내 엄마는 찬밥 한 덩이로 짠지 넣고 콩나물 넣고
아버지와 남동생과 나와 엄마가 먹을 4인 식사를
마술처럼 차려 놓고 하셨었다.
긴 겨울날들...
추위를 이기려면 이만큼 든든한 한 끼가 없으니
많이 먹으라.... 하시던....
그 맛을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이 한 그릇에 나는 울컥했고
눈물 보이지 않으려 눈을 크게 껌벅거려야 했다.
허기를 느낄 만큼 배고팠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맛이 또 놀랄 만큼 기대 이상이다.
내가 너무 맛나요 했을 때
나보다 한 두살 더 높거나 비슷해 보이는 요리사님은
그 속에 볶은 땅콩가루 아몬드 가루 추가로 넣었지요. 하신다.
추억의 뜨거운 갱죽을 후후~ 불며 천천히 먹는 동안
식당 안에는 찬찬히 살펴봤다.
잊지 않고 다음에도 대구 오면 여기 와서
이 갱죽을 사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내가 미식가도 아니고
외식하며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는 메모하여도
먹거리를 사진으로 찍어 놓지는 않는데
오늘은 먹던 갱죽을 사진에 담으며
식당 내부에 재미있게 적힌 재미난 글들을 줌 당겨 찍어 보았다.
"고객님 모텔 주차장에 주차금지 난리 납니다" ㅎㅎㅎㅎㅎㅎ
그리고
"고객님 여기는 전국에 소문난 라면 전문집입니다.
예약해 놓고 잠수 타신 분
늦다고 소리치시는 분
순서가 안 맞다 소리치신 분
조용히 나가주세요!!"


이 글 읽으며 내 입에 든 음식이 보이도록 급 웃음을 웃었다. ㅎㅎㅎ
내 속이 후련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 이 글에 동감하지 싶다.
그렇다고 누가 이렇게 속 시원하게 적어 벽에 걸어 두겠는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하시는데
오늘은 내가 마지막 손님이라고
옆집 이모처럼 다정하고 친절하게 잘 가라는 인사를 주신다.
문을 나서며 뒤돌아 서서 외부 모습도 사진에 담아 본다.
이 식당의 갱죽을 여러 사람 소개해 주고 싶다.
그때 이 사진들로 요긴하게 설명하는데 도움 되지 싶다.
25.10.17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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