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증언 본문
종합건강검진 받고
남편과 병원 주차장 빠져나오는 시간은
오전 9시 50분
부부동반 11시 모임 선약 잡혀 있으니
일정에 없던 한 시간 여유가 생겼다.
가게로 돌아가려도 시간이 어중간하여
우선 모임 장소 부근으로 이동했다.
남편과 둘이 나서면 나에게 낯선 마을이
남편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되는 곳이
시댁 마을 부근이다.
오늘 모임은 시댁 종반 간 모임
남편 유년시절 이야기가 살아 있는 전설이 되는
마을로 이동 중에
남안동 부근 조탑리가 궁금하다 요청했더니
흔쾌히 운전대 방향을 남안동 ic 부근으로 돌려준다.
가깝지만 자주 와 볼 기회가 없었던 마을 조탑리
입새에 들어서며 보호수가 서 있는 야트막한 언덕이 보여
세워 달라 했다.
한눈에 보아도 수백 년 묵었을 느티나무가 예사롭지 않아
표지석을 찾아보니
수종 : 느티나무
고유번호 : 11 14 6 6
수령 : 290
지정일자 : 82년 10 26일
주소 :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344-1
수고 : 9m
밑동둘레 : 5m
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남편이 내 곁에 다가와
이 장소에 대해 말해 줄 것이 있다 한다.
한참 뜸 들이다 전해주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남편이 어릴 때 친구들과 어울려 이곳에 찾아와
눈으로 확인한 장면이 있는데...
저 아래쪽에 굴 입구가 있었고 (지금은 막혔음)
그 입구로 들어가면 여러 개의 널이 있기도 했고
널 없이 유골들이 널려 있기도 했다고... 등등...
그 후 도굴꾼들이 드나들어서
막았다는 이야기를 어른들께서 나누는 이야기로 들었다고...
말하자면 지금 서 있는 발아래는 고려장이었고...
그러니 우리는 지금 고려장 위에 서 있는 것이란다.
이 너른 시멘트 바닥이
굴에서 하늘로 열린 부분 뚜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남편이 어릴 때 이곳에 왔을 때는
이 언덕이 지금보다는 더 높았던 것 같은데
아마도 자신이 어린 시절이라 이 언덕이 높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한다.
하지만 지금 이 보호수 느티나무 같은 아름드리 우람한 나무들이
그 시절에는 더 많았는데 지금은 한그루만 남고
그 후 새롭게 자란 나무들만 보인다 했다.
나보다 네 살 연상인 남편이 전설 같은 고려장을 기억한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같지만....
남편이 지금 나에게 전해준 말이 거짓말 아니라 하니
300년 살아온 느티나무는 이 모든 전설을 알고 있겠지 싶다.
이제까지 남안동을 지나다니며
멀리 보이는 이 나무가 참 아름다워 보였는데...
이제는 내게 더 이상 아름다운 장소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동산을 내려와 언덕 아래 서서 올려다보니
정자도...
느티나무도...
왠지 슬퍼 보인다.
아픈 역사 지나온 자리..
버려진 부모들의 숨죽인 통곡소리 들리는 듯 아득하다.
25.02.17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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