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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부고를 받고 본문

♣ 마음뜨락

부고를 받고

블로섬 2023. 12. 13. 16:19

 
하루 일을 모두 마치고 잠들 무렵 걸려온 전화.
 
처음에는 사망했습니다.
다음에는 아직 사망이 아닙니다.
또 다음에는 사망이 맞습니다.
 
20분 사이에 사망이 맞다 아니다 거듭 연락 오니
결국 직접 조카님에게 전화 걸어 확인해 본 결과
사망하셨으나 의사분이 사망 선고를 하러 오지 않고 있단다.
 
아슬아슬하던 비보를 접하고
가족 모두 침묵하는 거실에 무거운 기운이 가득했다.
 
창이 밝아 오도록 잠 못 들고 멀뚱하니 앉아 있다가
아침 9시 시숙님과 동서분을 태우고
장례식장이 있는 일산으로 출발했다.
 
랑이님과 나는 하룻밤 장례식장에서 자고 다음날 장지까지 따라갔다가
모든 장례식이 마치는 것을 확인 후 하행하려 했으나 
모시고 갔던 시숙님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밤 9시경 하행해야 했다.
 
위로가 필요한 고모님 곁에서
더 애살스레 살펴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사진 23.12.04 낮에 뜬 반달 갤럭시 울트라22 100배 줌

 
 
 
장례식장에서 큰딸 가족을 만났고
손녀와 함께하는 한 시간가량이
어두운 마음 안 우울함을 이기는데 도움 되었다.
 
손녀는 나보다 외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외할아버지가 반가운데 낯선 사람들과 같이 앉아 계시며
자신을 반겨주지 않고 계시니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가
외할아버지 일어나시며 그만 다들 집으로 돌아가자 ~ 하시니
 
그때서야 "나는 외할아버지랑 놀아보도 못했는데 벌써 헤어져야 하느냐"라고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보였다.
 
뒤늦게 손녀의 마음을 알게 된 외할아버지 
손녀를 덜렁 안아 올려 뽀빠이처럼 팔뚝에 앉혔고
손녀는 몸을 돌려 외할아버지 목을 감싸 안고 불편한 기색 없이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주차장에서 손녀는 외할아버지께 목을 감아 볼에 뽀를 해주고
외할아버지 안녕히 가시라고 ~ 인사를 했는데 
 
그런 모습이 경험 없어 어색한 시숙어른과 동서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 계시기만 했다.
손녀는 그분들께도 일일이 안아주며 잘 가시라고 인사를 했다.
 
지시하거나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그런 대견한 행동을 스스로 하는 것을 보니
어느세 훌쩍 커버린 듯하다.
 
어른들은 명을 다하고 천국으로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쑥쑥 잘도 자란다.
 
그럼 나는 지금 내 생의 어디 즘 와있는 것일까..
손녀를 보내고 잠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하행하는 밤길은 어두웠다.
앞차의 붉은 두 개 불빛을 따라 천근만근 피곤을 끌고 돌아와
주차하며 시간을 보니 어느덧 자정이다.
 
청소 안 하고 빠져나갔던 거실에 들어서니 
전날밤 무겁던 우울함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듯했지만
고인을 위한 슬픔 보다
내 피로가 더 무거워서 세상모르고 푹 잤다.
 
2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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