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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주실마을 조지훈 문학관 다녀오다 본문

♣ 다홍빛깔

주실마을 조지훈 문학관 다녀오다

블로섬 2023. 4. 8. 10:18

 

조지훈 생가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1988년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한국 시단(詩壇)의 대표적인 시인이며, 국문학자이기도 한 조지훈(본명: 東卓)이 탄생한 집으로

6·25 때 불탄 것을 중건하였다.

원래 인조 때 주곡리에 입향한 조전(趙佺)의 둘째 아들 정행(廷行)이 창건했던 집이다.

대문·곳간채와 사랑이 부설된 안채가 현존한다.

 

 

 

생가 뒤편으로 본가로 향하는 길목에

이 봄이 얼마나 따뜻한 속도로 빠르게 흐르고 있는지 모르는 듯 한

산수유와 목련이 한가득 펴 있다.

 

이맘때 개화가 정상인데

내 살고 있는 지역에 이미 모두 다 지나가 버린 꽃들이라

다시 만나지는 풍경이 새삼 반가움이다.

 

 

조지훈생가 방우산장 

 

설핏한 저녁 햇살 아래 올라타고 풀피리를 희롱할 한 마리 소가 있는 자리라는 의미이며

방우산장기에서 뜻과 관련한 내용을 풀어서 말해준다.

"마음 속에 소를 한 마리 키우면 직접 소를 키우지 않아도 소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방우산장에 적혀있는데 여기에는 '방우 즉 목우(放牛卽牧牛)'라는 사상이 담겨 있다.

 

 

 

생가와 본가를 지나

대문 앞에 해바라기 씨앗을 걸어둔 풍경을 만났다.

 

대문 중심을 밝혀주는 등위로 작은 제비집도 보이고

아마 새들의 먹잇감으로 해바라기 씨앗을 걸어 두셨나 보다.

내 생각이 그러했다.

 

 

 

돌담에 담쟁이넝쿨이 봄바람에 살랑이는 풍경은

마치 양지녘에 몰려든 여린 나비들의 몸짓 같다는 생각도 하며

조지훈 시공원으로 이정표를 따라가 본다.

 

 

 

 

본명 동탁(東卓)이며, 경상북도 영양(英陽)에서 출생하였다.

엄격한 가풍 속에서 한학을 배우고 독학으로 중학과정을 마쳤으며,

혜화전문학교(惠化專門學校, 현 동국대학교)를 졸업하였다.

 

1939년 《고풍의상(古風衣裳)》이 《문장(文章)》에 추천되면서 등단하였다.

같은 해 《승무(僧舞)》, 1940년 《봉황수(鳳凰愁)》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정서를 노래한 시풍으로 기대를 모았고,

 

박두진(朴斗鎭) ·박목월(朴木月)과 함께

1946년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여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다.

이후 경기여고 교사를 지내다가 고려대학교 문리과(文理科) 대학

조교수로 취임하여 교수에 이르렀다.

 

1952년에 시집 《풀잎 단장(斷章)》,

1956년 《조지훈시선(趙芝薰詩選)》을 간행했으나

자유당 정권 말기에는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어 민권수호국민 총 연맹,

공명선거추진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조지훈의 시풍의 전환을 맞게 되었다.

그 이전의 시가 자연과 무속 등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동양적인 미를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이 시기에 발표한 시집 《역사(歷史) 앞에서》이후에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표출하였다.

 

《지조론(志操論)》은 이 무렵에 쓰인 것들로 민족적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

1962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소장에 취임하여

《한국문화사대계(韓國文化史大系)》를 기획, 《한국문화사서설(韓國文化史序說)》

《신라가요연구논고(新羅歌謠硏究論考)》 《한국민족운동사(韓國民族運動史)》 등의 논저를 남겼으나

그 방대한 기획을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서울 남산에 조지훈 시비(詩碑)가 있다.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 민음사, 2001

 

묘망(渺茫)   조지훈 
 
내 오늘밤 한 오리 갈댓잎에 몸을 실어

이 아득한 바닷속 창망(滄茫)한 물구비에 씻기는 한점 바위에 누웠나니 
 
생은 갈수록 고달프고 나의 몸 둘 곳은 아무 데도 없다

파도는 몰려와 몸부림치며 바위를 물어뜯고 넘쳐나는데

내 귀가 듣는 것은 마지막 물결소리 먼 해일에 젖어오는 그 목소리뿐 
 
아픈 가슴을 어쩌란 말이냐 허공에 던져진 것은 나만이 아닌데

하늘에 달이 그렇거니 수많은 별들이 다 그렇거니

이 광대무변한 우주의 한알 모래인 지구의 둘레를 찰랑이는 접시물

아아 바다여 너 또한 그렇거니 
 
내 오늘 바닷속 한점 바위에 누워 하늘을 덮는 나의 사념이

이다지도 작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병(病)에게 _조지훈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生)의 외경(畏敬)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는 무슨 일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說服)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 하얀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 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 우고 다시 접어 뻗은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도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초우

                                     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 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촛잎에 후두 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

 

 

 

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먼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 문학관

 

2007년에 개관한 지훈문학관은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의 학자 조지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

조지훈 선생의 삶과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영양이 가까운 거리라지만

당일 여행하기에는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기도 했고 

자작나무 숲길로 행선지 잡고 이동하던 시간이었으므로 

시공원 언덕 위 산책길등 세세한 내용을 더 살피지 못했습니다.

 

다 보고 가면 다음에 다시 다녀가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다는 핑계를

또 접목하고서 일행들과 매화가 곱게 핀 주차장에서 만나 함께 빠져나왔네요.

 

다녀온 날 23.04.02/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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