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황당한 선물 본문
가끔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마음 무겁게 우울해지는 시간 있습니다.
긴 우울증 터널 빠져나온 후유증이겠거니 합니다.
이럴때 마음 힐링을 위해 산책 삼아
동네 골목 그늘길따라 이리저리 걷기도 하는데요.
장사를 하다보니 멀리는 못가고 가게 주변을 주로 걷습니다.
오늘도 그런 시간 있어 나갔다가 가게로 돌아오는 길
몇 개월 전에 개업한 꽃집 앞을 지나는데
칼란디바 색상이 저를 세웁니다.
그동안 이 꽃집 이용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은 칼란디바의 유혹을 잡아 보기로 했네요.
꽃집 안으로 들어서니
꽃집 사장님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보다
소리 없는 표정으로 환희 웃어줍니다.
방금 문 앞에서 만난
칼란디바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 순간 했네요.
어찌 보니 새댁 같고
어찌 보니 미스 같은데
'무얼 찾으세요 ~'라는 목소리는 미소 보다 더 티 없이 맑습니다.
문 앞에 하얀 칼란디바 가격이 얼마냐 물었고
5.000원 대답을 들었지만
처음 들어온 꽃집에서 수많은 꽃들과 관엽식물들이
일제히 나를 보며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
이리저리 돌아서며 하나씩 눈인사 받아주며
계속 둘러보았네요.
욕심나고 탐나는 식물들이 많았지만
집이 좁다는 조건이 현실이라 모두 다 외면하고
칼란디바 담아 주셔요 ~ 했더니
선물할 거냐 물어 줍니다.
제가 저에게 주는 격려의 선물입니다.라고
순간 준비 안 한 대답이 불쑥 나갔습니다.
꽃집 사장님 순수한 그 미소가 좋아
내가 마음편히 이런 대답도 가능했는가 몰라도
처음 본 이웃분에게 감추고 있던 감정을 드러낸 나 자신
스스로 약간 당황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예쁘고 젊은 꽃집 사장님께서
제가 담아 달라는 칼란디바는 외면하고
커다란 다알리아 한송이 포장해서 저에게 건네주네요.
아니요 사장님 다알리아 아니고
저 문밖에 하얀 칼란디바 담아 주셔요.
저는 제차 분명하고 확실하게 다시 말했지만
꽃집 사장님께서는 처음 보다 더 활짝 웃으며
다알리아는 그 분께서 그냥 저에게 주는 선물이라 합니다.
순간 당황한 제가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아닙니다 칼란디바만 주세요. 라 했고
사장님은 끝까지 내 손에 엉뚱한 다알리아를 쥐어 주셨네요.
어찌나 황당했는지 지금도 그 순간 생각하면
마치 도둑질 이라도 한듯이 얼굴이 뜨겁습니다.
얼떨결에 칼란디바와 다알리아를 같이 들고
빠른 걸음으로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부케같은 하얀 칼란디바는 빈 화분에 심어 주고
튼실하고 키 큰 다알리아는 마땅히 꽂아 줄 꽃병 없어
키 큰 양념병 깨끗이 씻어 물꽂이를 하였네요.
우울하고 무겁던 마음은 언제 어느 순간에 사라졌을까요.
무슨 일 잊었느냐는 듯
저는 칼란디바와 다알리아 꽃 사진 찍어주며
지금 꽃집 사장님보다 더 활짝 웃고 있습니다.
꽃집 사장님께 무엇으로 답례를 할까
행복한 고민중입니다 ~
22.05.21일 /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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