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그늘진 기다림 본문
5월 8일 오후
친구들 모인 단톡방이 갑자기 시끌시끌하기 시작했다.
여러 친구가 번갈아 올려놓은 소식들을 길게 내려오며 읽어보니
어느 친구는
자식들에게 받은 꽃다발과 현금 그리고 친필 편지를 공개해 놓았고
또 한 친구는
작은 카네이션과 선물 꾸러미 용돈 사진까지 찍어 올려놓았고
결혼 한 자식집에 초대받아 갔더니
사위가 손 수 차려준 식탁 사진 공개하며 한아름 꽃다발과
이런 밥상을 받았노라 하는 벗도 있었다.
나와 같이 뒤늦게 단톡방을 열어본 또 다른 친구가
자녀들에게서 각 50만 원씩 현금 들어 있는 봉투를 두 개 받았노라고
지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자식을 여럿 낳아 키웠어야 했다... 하여
모두 다 한바탕 박장대소를 함께 하기도 했다.
친구들 저마다 자랑에 내 마음도 흡족하니 좋구나 ~
좋네 ~ 얼쑤 웬 복이더냐 ~
장단만 맞추던 나는 마음 한켜 그늘이 진다.
지난 주말에 시댁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간다더니
무슨 일 있는 걸까...
무슨 일이라니 .. 아무 일 없을 게야..
밝은 목소리 전화가 곧 오겠지...
퇴근 무렵
남편께 큰 딸네 연락받은 거 있냐고
혹시 금일봉이라도 계좌에 들어온 거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 것은
절대 돈이 고파 기다린 게 아니었다.
감감 소식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을까 봐...
해 질 녘 더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전화 걸어 봐야지 할 때는
혹여나 시부모님 댁에 가 있는데
사돈댁 화기애애한 분위기 내 전화로 난감하게 만들까 봐
조심스러.. 참고 기다렸다.
결국 8일은 딸도 사위도 아무 소식 없이 지나갔다.
나는 애들 키울 때 아무리 힘들어도
양가 부모님들께 안부 없이 그리 살지 않았는데 회상하며..
잠 설치는 긴 밤이 지나고
다시 하루가 지나간 9일 밤..
내일 10일 아침은 사위생일이라 미역국 끓여 먹어라
축하금이라도 보내줄 요량으로 폰을 잡는데
그때 "듬직한 내 사위" 글씨가 뜨며 벨 소리 요란하다.
다급히 받으며 무슨 일 있냐부터 물었는데
다행히도 아무 일 없다는 목소리 편안한 답이 온다.
내가 어제는 어버이날인데 너희에게서 전화 한 통 없기에
하루 종일 너희에게 무슨 일 있는 걸까 마음 그늘이 길었구나
그런데 별일 없었다니 고맙네. 했더니
사위는 내게 전화 걸어야 하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는 변명이 온다ㅋㅋ
결혼하고 10년이 지나도록 장모장인께 용돈 한 푼을 준 기억이 없는데
이제는 어버이날 같은 날에 전화까지 잊다니...
갑자기 무탈하기를 기다렸던 마음에
서운한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감정 따위 내색하지 않았다.
바삐 산다는 것은 잘 살고 있다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무슨 이름 있는 날이 되거든
내게 가장 먼저 안부 챙겨주는 사람이 사위였으면 좋겠다고..
그 한마디 하며 그늘진 기다림이 서운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들키지 않으려 바삐 통화를 끊었다.
그 후 자정 무렵
이번에는 큰딸에게서 전화가 온다.
"회사일이 요즘 중대한 프로젝트 중이라
그 외 다른 일에 마음 쓸 틈이 없었어요. 엄마 내 전화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오늘도 지금 퇴근하네요 무척 피곤합니다. 하는데
사위 목소리도 들었고
큰딸 목소리도 들었고
둘 다 어버이날 같은 것은 마음 쓸 여유 없이 바빴다니 다행이구나.
무탈했음 됐다. 하고서 간략하게 끊었다.
내 본시 일어나지 않을 한 가지 일을 두고
열 가지로 걱정을 늘여하는 성격이라....
어찌 보면 막연히 연락 기다린 내 잘못 아니던가!!
오늘 밤은 편안히 잘 수 있겠다.
25.05.09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