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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그늘진 기다림 본문

♣ 마음뜨락

그늘진 기다림

블로섬 2025. 5. 11. 12:05

 

5월 8일 오후

친구들 모인 단톡방이 갑자기 시끌시끌하기 시작했다.

여러 친구가 번갈아 올려놓은 소식들을 길게 내려오며 읽어보니

 

어느 친구는

자식들에게 받은 꽃다발과 현금 그리고 친필 편지를 공개해 놓았고

 

또 한 친구는

작은 카네이션과 선물 꾸러미 용돈 사진까지 찍어 올려놓았고

 

결혼 한 자식집에 초대받아 갔더니

사위가 손 수 차려준 식탁 사진 공개하며 한아름 꽃다발과

이런 밥상을 받았노라 하는 벗도 있었다. 

 

나와 같이 뒤늦게 단톡방을 열어본 또 다른 친구가 

자녀들에게서 각 50만 원씩 현금 들어 있는 봉투를 두 개 받았노라고

 

지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자식을 여럿 낳아 키웠어야 했다... 하여

모두 다 한바탕 박장대소를 함께 하기도 했다. 

 

 

 

 

친구들 저마다 자랑에 내 마음도 흡족하니 좋구나 ~

좋네 ~ 얼쑤 웬 복이더냐 ~

장단만 맞추던 나는 마음 한켜 그늘이 진다.

 

지난 주말에 시댁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간다더니

무슨 일 있는 걸까...

무슨 일이라니 .. 아무 일 없을 게야..

밝은 목소리 전화가 곧 오겠지...

 

퇴근 무렵

남편께 큰 딸네 연락받은 거 있냐고 

혹시 금일봉이라도 계좌에 들어온 거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 것은

절대 돈이 고파 기다린 게 아니었다. 

 

감감 소식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을까 봐...

 

해 질 녘 더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전화 걸어 봐야지 할 때는

혹여나 시부모님 댁에 가 있는데 

사돈댁 화기애애한 분위기 내 전화로 난감하게 만들까 봐

조심스러.. 참고 기다렸다.

 

결국 8일은 딸도 사위도 아무 소식 없이 지나갔다.

 

나는 애들 키울 때 아무리 힘들어도

양가 부모님들께 안부 없이 그리 살지 않았는데 회상하며..

잠 설치는 긴 밤이 지나고 

 

다시 하루가 지나간 9일 밤..

 

내일 10일 아침은 사위생일이라 미역국 끓여 먹어라 

축하금이라도 보내줄 요량으로 폰을 잡는데

 

그때 "듬직한 내 사위" 글씨가 뜨며 벨 소리 요란하다.

다급히 받으며 무슨 일 있냐부터 물었는데 

다행히도 아무 일 없다는 목소리 편안한 답이 온다.

 

내가 어제는 어버이날인데 너희에게서 전화 한 통 없기에

하루 종일 너희에게 무슨 일 있는 걸까 마음 그늘이 길었구나

그런데 별일 없었다니 고맙네. 했더니

 

사위는 내게 전화 걸어야 하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는 변명이 온다ㅋㅋ

결혼하고 10년이 지나도록 장모장인께 용돈 한 푼을 준 기억이 없는데

이제는 어버이날 같은 날에 전화까지 잊다니...

 

갑자기 무탈하기를 기다렸던 마음에

서운한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감정 따위 내색하지 않았다.  

 

바삐 산다는 것은 잘 살고 있다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무슨 이름 있는 날이 되거든

내게 가장 먼저 안부 챙겨주는 사람이 사위였으면 좋겠다고..

그 한마디 하며 그늘진 기다림이 서운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들키지 않으려 바삐 통화를 끊었다.

 

그 후 자정 무렵 

이번에는 큰딸에게서 전화가 온다.

"회사일이 요즘 중대한 프로젝트 중이라

그 외 다른 일에 마음 쓸 틈이 없었어요. 엄마 내 전화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오늘도 지금 퇴근하네요 무척 피곤합니다. 하는데

 

사위 목소리도 들었고 

큰딸 목소리도 들었고

둘 다 어버이날 같은 것은 마음 쓸 여유 없이 바빴다니 다행이구나.

무탈했음 됐다. 하고서 간략하게 끊었다.

 

내 본시 일어나지 않을 한 가지 일을 두고

열 가지로 걱정을 늘여하는 성격이라....

어찌 보면 막연히 연락 기다린 내 잘못 아니던가!!

 

오늘 밤은 편안히 잘 수 있겠다.

 

25.05.09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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