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어리벙벙 살아내기 본문
방문마다 경첩이 하나씩 휘어져 있어
하자 신청을 해 놓았었다.
오늘 오전 10시에
그 하자를 고쳐주러 온다는 연락을 받았으므로
작은 딸과 출근을 같이 못했다.
하자 수리 하러 오신 분이
경첩이 휜 것은 문 균형을 잡기 위함이므로
이것은 하자에 속하지 않는다 하셨다.
문 달며 콕 찍힌 부분이 걸레로 닦을 때마다
살짝씩 걸레 잡는 부분은
아주 간단하게 감쪽같이 고쳐 주고 가셨다.
문 3개를 떼어내고 다시 고쳐 달고 하려면
오전 출근을 못하려나 생각 했는데 다행이다.
출근을 서둘렀다.
그런데 현관 나서며 무언가 허전하다.
엘리베이터 앞에 멀뚱하니 서서 생각해 보니
어제 퇴근 무렵 잠시 외출 나섰던 걸음 그대로
지인님 차에 올라 집으로 들어왔으므로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을 가게 두고 왔었음이 생각났다.
주머니를 뒤졌다.
겉옷 주머니에서 지패 한 장 없이 동전들만 잡혔다.
손바닥에 펼쳐 놓고 합쳐 보니 1.700원
몇 번 시내버스 이용할 때마다 후불 교통 카드를 사용했었는데
이 금액으로 버스를 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곳 버스정류장에는
윗마을 할머니, 아랫마을 할머니, 뒷마을 할머니
세분께서 항상 중간지점이 되는 이 정류장을
세분의 만남의 장소처럼 이용하시는 것 같았다.
그분들께 여쭤보고 요즘은 동전으로 버스를 탈 수 없다 하시면
작은딸에게 나를 태우러 오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역시 오늘도 세분 할머니께서 모여 계셨다.
정류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소파와 낡은 테이블이
이 분들은 이 곳에 아파트가 생기기 오래전부터
이곳을 아지트로 이용하는 것을 알려주는것 같다.
작은 소파에 앉은 할머니께서 오늘은 사과 몇 개 넣어 오셨나 보다.
그 옆 정류장 나무 긴 의자 모서리 앉은 할머니께서는
커피를 보온병에 타 오셔서 나눔을 하고 계셨고
그 옆 또 한 분의 할머니께서는 냉동실에서 떡을 데워 오신 듯 보였다.
정류장 대기 의자는 따스하니 온돌이 들어와
세분 할머니 담소 나누는 장소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할머니분들께 조심스레 다가가
"여기서 시내버스 타려면 카드 없이 현금으로 탈 수 있을까요?" 여쭈었더니
세분 중 한 분께서
"당연하지 그런데 말이야 카드는 1.400원 현금은 1.500원이야 " 하셨다.
감사합니다 주머니에 1.700원 있는데
혹여 버스 못 탈 싸봐 걱정되었거든요. 답하는 중에
시내버스가 달려와 내 앞에 선다.
나는 급히 버스에 올라타며 시내버스 운전사님께
"현금 1.500원 넣을게요~" 하고 한 줌의 동전을 촤르르~ 소리 나도록
현금함에 쏟아부었는데
정류장 할머니들 친절한 안내덕에
주눅 들거나 미안함 없이 조금 당당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시내버스 타러 나오는 날에는
세분 할머니들께 배라도 몇 개 건네 드려야겠다.
24.11.08일 /오전
아파트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가에는 콩밭이 있다.
이사 올 때 푸른 잎이 무성하던 콩 밭이었는데
딱 한 달의 시간을 지나온 지금
콩잎은 간데없고 잘 여문 콩만 빼곡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