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겹 축하 데이트 본문
큰딸이 6급 공무원으로 승진했다는 소식과
작은딸 공무원 시험 합격 발표 났다는 소식을
친구는 한꺼번에 전해줍니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단톡방에 한 줄 남기는 것으로 끝내기는 너무 아쉬워서
바로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핑계는 가을길 데이트 하자였지요.
그래서 만났습니다.
아무도 없는 하천부지 길이 잘 다듬어져 있는 장소에서
셋이 전혀 수다스럽지도 않고
활동적이지도 않으며
몇 마디 말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이 읽히는
늘 그랬듯 차분한 나들이였습니다.
나는 친구에게
공무원 길을 가겠노라고 준비하는 딸 곁에서
3년간 그 긴 시간 지켜보는 엄마로서 마음고생 많았다고
축하보다는 위로를 해 줬네요.
친구는 답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더라...
그래도 믿어주고 기다려준 보람이
지금 날듯 기쁘다 했습니다.
그렇지요.
날듯 기쁨이 당연하지요.
어쩌면 저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구름보다
요리조리 옮겨 앉는 잠자리 날개보다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 순간 세상 부러울 것 없지 싶습니다.
오늘은 꽃보다 두 딸이네요.
잘 키운 딸 둘 열아들 안 부럽다는 말은 우리 보고 한 말이다. 라며~
마치 내일처럼..!!
마치 내 자식 일처럼!!
저도 곁에서 덩달아 히죽히죽 입 꼬리 올리며 좋았습니다.
먼길 가지 않고도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많아
이런 도시에 내가 살고 있음이 저절로 위로되는
가을날 오후 짧은 나드리가 왠지 부자스럽네요.
인적 드문 저수지에 붉게 물드는 노을을 마주 보고 앉아서
일어나기 싫었던 순간입니다.
민 그적 거리는 나에게 친구는 낙지전골 사준다 유혹합니다.
그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가벼이 벗어나기는 했습니다 ㅎㅎㅎㅎ
22.09.24/오후/가일 저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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