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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어쩔수 없는 쉼 본문

♣ 새벽농원

어쩔수 없는 쉼

블로섬 2022. 8. 18. 09:20


시야가 뽀얀 거리를 달려왔다.
어젯밤 소낙비 한차례 지나간 탓도 있지만
오늘은 또 얼마나 무더울까....가늠 된다.

괜스레 새벽잠 설치고 일어났다.
내 아무리 부지런을 떨어도
하늘이 돕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짙은 안개 걷히고
복숭아 나뭇가지마다 햇살 반짝이며 덮여야
복숭아들을 따 내릴 것인데...

차 안에 누웠다가 일어나
밭둑길을 한 바퀴 돌아보아도
장화 위 바지만 축축하니 젖을 뿐
나무 아래로 들어가 열매를 따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복숭아 상자 40개 접어두고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와 길게 다리 뻗고
등을 최대한 내리고 누워 본다.

쪽잠이라도 자고픈데 잠은 들지 않고...
다시 일어나 창고 가서
커피 한잔 타 마시고...

또다시 차 안으로 들어와 누웠다.

다행히 눈앞에 운무는 이제 걷혔다.
아직도 이슬이 촉촉하니 일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또 누워서 줄기차게 이 솔로몬 노래만 연속으로 듣고 있다.


지난 20여일
그동안 무수히 많은 복숭아를 따 내렸고
무수히 많은 택배를 보냈으며

그러고도
엊그제 49 박스
어제 48박스..

그리고 오늘... 여전히 비슷한 양을 작업해야 하는데...

요즘 내 눈앞에는 오직 복숭아뿐이다.
천정에도 복숭아
세면대 비누도 복숭아로 보인다.

심지어 지나가는 어느 분의 블라우스 색상까지도
내 복숭아 색과 닮아 있어 그 사람에게서
복숭아 향기를 느끼고 했다.


나무에 달린 량을 눈으로 가늠하고
실제 따 내린 양하고 아직도 그 예측을
정확히 할 수 없다.

쏟아진 주문을 다 감당하려니...
결국... 수확량에 박스 오차가 발생했고
선입금된 분들에게 자두 발송을 못해주는 일이 됐다.

새들이 방해꾼만 아니었으면 다 맞춰 주고도 남았을 텐데...

크고 이쁘고 맛나게 잘 익은 열매는
항상 새들의 먹이로 억지 상납이 되고 말았으니...ㅠㅠ


따 놓은 열매까지 새들이 쫗을까
벌들이 앉을까
벌레가 날아들까

그물 방어를 해야 했다.

소용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괜스레 내 마음이.....

도담 자두 완판 8월 16일
다음 추희 자두 수확 예정일 8월 25일경 이후 ~

어제부터 추석선물 추희 자두 서왕모 복숭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열심히 받아 적으며 메모하고 있지만...
지난해 놀랐던 사건 하나로 낯선 전번이 두려워진다.

올해는 애써 농사 지은 거
빈 입으로 꿀꺽 삼키려는 나쁜 심뽀의 인간은 나에게 엮이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22.08.18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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