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너구리의 심술 본문
어느 날은 옥수수 꽃도 꽃이라고
이쁘다 속삭이며 사진도 찍어 주고
또 어느 날은 이 가뭄에
벌 모아 나눔까지 하는 모습
기특하다 대견하다
거미줄 걷어주며 정 주고 했었는데
지난 봄날
씨 심을 때와
이 밭에 모종 이식하면서
빨리빨리 자라거라
여름휴가에 다섯 살 손녀 간식으로 삶아 주련다.
대학 옥수수만큼 크지 않아도
비록 한 움큼에 쥐어 질만큼 작기는 하지만
몇 해째 이어 심기 했던
알찬 찰옥수수였는지라
맛에 대한 믿음 또한 굳건했는데.
올해도 노랗게 알이 꽉 차면
나를 서울 보내 주려나요?
야물지 않고 말랑할 때 택배로 보내지나요?
나를 직접 데려가실 건가요?
글쎄다 내가 너를 싣고 갈까
택배 상자에 담아 보낼까...
그러지 말고
다섯 살 공주를 이곳에 데려 오면 어떨까??
아직도 노랗게 속 차려면 멀었으니
어떤 꿈이든 나랑 같이 꿔 보자고...
이 사진 찍던 날 찰떡 같이 약속했었는데...
그 후 일주일 지나온
오늘 아침..
지난밤 너구리가 다녀가며
심술을 부렸다.
넘어뜨려 짓밟아 놓고
꺾어 놓고
씹어 놓고
좀 더 익은 후에 먹었으면
너구리 지도 먹고
예쁜 내 손녀도 먹고
그러고도 남으면 나도 맛이나 봤을 텐데..
아직 여물지도 않은 것을...
가뭄에 크지도 못한 것을..
어처구니없어서
속 상하고
화도 나고!!!
종자도 귀한 것이라 구하기도 힘든데
내년에 심을 씨앗조차 남기지 않았으니
어쩌란 말인가.
22.07.13/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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