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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블로섬

도둑같이 다녀가다 본문

♣ 마음뜨락

도둑같이 다녀가다

블로섬 2025. 8. 16. 14:52

 
새벽 4시 30분 
복숭아 밭에 오르려 거실로 나오니
 
다녀가겠다 연락 없었던 큰 딸네 가족이
거실 바닥에 깔아둔 대자리 위로 셋 나란히 누워 자고 있다.

예고 없던 선물을 받아 안은 듯 순간 당황하며 놀랐다.
 
에어켠을 언제부터 켜 놓았을까 

거실은 냉기 가득한 것이... 

나에겐 좀 썰렁하여 행여 춥지 않을까

에어컨 꺼주고 싶지만 단잠 깨울까 참았다.

 

깨워서 얼굴도 보고 싶고
사랑스러운 손녀 손도 만져 보고 싶고 했으나..

요즘 단 5분의 시간도 허비할 수 없는 내 현실에 쫓겨 

까치발로 살금살금 도망치듯 현관을 나왔는데 

 
지난밤 내가 택배 송장 번호 일일이 보내 놓고

누락된 것은 없었는지 체크하며

다음날 주문서까지 확인하고 자느라

분명 자정 넘어 잠들었는데
이 반가운 손님들은 아마도 밤길 달려왔나 보다.
 
찜통 속 같은 더위에도

웬 종일 마음이 날아 갈듯 가볍고
빨리 마치고 집에 가면 예쁜 손녀가 와 있다는 설렘으로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트럭 짐칸에 택배 보낼 복숭아 박스와 

배달 다닐 복숭아 박스들을 분리하여 싣고 밭에서 출발하기 전 

남편은 밭둑을 가파르게 질러 뛰어올라
수박 두덩이 따서 양쪽 어깨 겨드랑이 아래 품고

올라갔던 지름길로 뛰어내려와 복숭아 바구니 속에 담는다.

 

내가 아직 덜 익었을 텐데...

했더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수박 주인이 왔으니까~" 했다.


 


 

택배 보내고 

시내 배달 마치고 

밤 10시경

지친 몸으로 수박 두덩이 안고 엘리베이터 타고서도 

몸은 뛰어오르고 싶었다.

 

현관 앞에 쪼록 ~ 순번 없이 일렬로 서서

"이제 오세요~~~오 수고 많았어요~~~ ~"합창을 해 주는데

 

환영하듯 반겨주는 내 꽃 같은 사랑들...

세상 어느 재벌이 이 순간의 나보다 더 배부르랴 ~

그 누구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

 

 

 

샤워하고 나오니 식탁에 차려진 저녁 밥상 

저녁 밥상이라기보다 

사랑 밥상이란 단어가 어울릴 그런 풍경이다.

 

손녀는 내게 이 두 개 다 모두 자기 수박이 맞냐고 물어본다.

 

이른 봄에 모종 사서 심을 때부터 

이 수박은 손녀 몫이라 했었고

노란 꽃이 폈던 날 꽃 사진 찍어

너 몫의 수박꽃이 피었노라 내가 알려 줬었으며 

 

첫 열매가 계란 크기보다 작게 달렸던 날에도

사진에 담아 가족단톡방에 올리며 손녀의 수박이라 했었기에

당연 두 덩이 다 손녀 몫이라 답해 줬다.

  

 

 

 

한 덩이는 아빠차에 실어 두었다가 서울가서 먹으라 하고

한덩이는 잘랐더니

 

수박 속이 연분홍빛이다 ㅎㅎㅎ

하얀 씨앗의 연분홍 수박은 처음 본다는 손녀

그럼에도 삼각형 수박을 양손으로 들고 

"맛나요 ~ 맛나요~ " 하는데 

진심이었을까??

땀 흘린 외할아버지께 예의 담긴 인사였을까 ㅎㅎㅎㅎ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손녀가 

이모 책꽂이에서 색연필 몽땅 꺼내 놓고 무얼 그리려나 했더니

동그란 메모지에 복숭아 하나를 탐스럽게도 그려준다.

내가 스타일러 문짝에 붙여 놓았다.

 

그 밤도 쉽게 자정이 넘었다.

다음 날 새벽에 우리는 또 복숭아 밭에 올라야 하므로 

서울 가족들 새벽잠 깨우지 않으려고 

셋을 안방에서 자그라 했었기에

 

새벽에 작업복 입고 과원으로 오르기전 안방문 살짝 열어보니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세 사람 그 사랑스러움이

내 가슴 가득 행복으로 녹아든다.   

 

그리고 그날 정오 무렵 

복숭아 여러 상자 주문하시는 분으로부터

눈에 익은 큰 딸이름이 날아들었는데

 

본인은 내 큰딸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소개와 함께 

입금은 큰딸 통장으로 하셨다고????

 

 

 
 

그렇게 고객님이랑 한바탕 웃음 묻어나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더위를 이기기도 했는데

 

그 밤 

택배 보내고 배달하고 집 도착하니

거실이 조용 ~~~~~~~~~하다.

 

적막강산이란 표현이 맞을까?

이방 저 방 다 둘러보아도 어젯밤 손님들이 안 보인다.

소중히 아끼던 것들을 한순간에 다 잃어버린 듯 허전하고

깨지 말았어야 할 꿈인 듯 아쉽고...

 

전화를 걸었다.

"외할머니 ~~~~~~~~~~" 외쳐주는 손녀.

내가 어디냐? 물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바쁘시다고 

엄마가 피해주자 했단다.

하여 지금은 타지방에서 물놀이 중이라나...

 

내가 손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허전한 것이... 모두 다 도둑맞은 마음이라고....ㅠ

그래서 외할머니는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한다고...

 

25.07.27~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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