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블로섬
친구들과 경주나드리 본문
햇살 없어 잔뜩 흐린 날
일삼아 시간 확인하지 않으면
오전인지 오후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시간에
친구들과 가을 소풍 나서자 약속된 경주에 도착했다.
목적지 주차장은 이미 만차.
주차 안내원이 주차장 입구를 막고 붉은 봉 휙휙 휘두르는 방향 따라
낯선 길 우회전 좌회원 빙빙 돌고 돌아 어렵사리 주차하고서
식당부터 찾아들어갔으니 아마도 정오 무렵이었지 않을까 기록한다.
옷을 좀 더 따습게 입고 나왔어야 했나?
아침에 출발할 때 낮에는 벗고 다닐 거니까 하며 걸친 가디건을
한 번도 벗지 않았건만 그래도 온종일 약간 추운 듯하여
저녁 시간 가까워지는 무렵에는 가방에서 손수건까지 꺼내
못 도리 삼아 질끈 묶고 동궁과 월지를 입장했다.
십수년 전 다녀갈 때 이곳은 안압지라 기억한다.
네비 설정하며 안압지 검색을 했더니 듣기에도 생소한 동궁과 월지로 자동 안내가 뜬다.
몇 번 거듭해도 마찬가지라서
결국 네비를 끄고 안압지로 갔다.
첨성대 옆이 안압지라 어렵사리 네비 맞출 일도 아니었지만 네비 도움을 받으려 했으니..
우스꽝스런 습관이다.
지나간 어느 날 일정을 찾아 보면 정확히 내가 언제 즘
이곳을 다녀 갔는지 알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오랜만에 와 보니 주차장도 지난 방문과 입구가 바뀌어 있고
안압지라는 안내판 또한 간 곳 없이 동궁과 월지라는 표지판이 섰는데
보고 또 봐도 낯설다.
이번 방문은 시간대를 잘 맞춰 입장했나 보다.
문화해설사님께서 편안한 인상과 차분한 음성으로
동궁 설명과 월지 설명을 아주 쉽게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다큐를 보듯...해 주셨는데
들어보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듣기 전에는 까맣게 잊고 살아지니
현장에 와서 다시 들어 한번 즘 되새김하여도 좋을 역사공부가 됐다.
월지에서 건져낸 유물들 등... 생소한 내용은 내가 모르고 있던 설명이라 유익한 정보 되어
귀담아들으며 익혔으나
동궁을 빠져나올 무렵 대부분 잊어버렸을 학습이 되고 말았다.
나이 탓이라 우겨보면 타당할까?
내 기억력은 요즘 나뭇잎 벗는 가을나무 같다.
눈으로 보는 야경만큼
곁에 함께 있는 친구들이 내게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경주 추억이 된 날.
다녀온 지 20일이 지난 후 이제야 늦은 기록을 남긴다.
23.10.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