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홍빛깔

보호 본능

블로섬 2025. 5. 31. 22:22

 

자두 적과 하던 날

 

풋자두 백개 중에 한두 개만 남기고

아낌없이 따 내리는 작업 하던 날  

 

 

 

이렇게 따 내리는 작업은 1차 

 

앞으로 굵게 크는 과정 지켜보며 2차, 3차

더 따 내릴 것이므로 

 

예쁜 사각 상자에 담겨 판매되기까지

이 중 어떤 열매가 탐스런 결실까지 남아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남겨진 열매들에 " 건강하니 자라거라~" 

사랑 담은 시선으로 마음을 전달해 준다.

 

 

 

 

발아래 떨어뜨린 자두알의 수만큼 

내 노동의 표시가 되고 

 

소비한 에너지 만큼의 물 한 모금 보충하러

창고에 갔는데

나를 보더니 다급히 포르르 ~ 날아올라 

멀리 못가고 나를 향해 날카롭게 울어대는 새 한 마리 

 

그러기를 두세번 

잘 키운 열매들 사정없이 쪼아 먹는 새가

제 아무리 예뻐도 이곳에서는 불청객이라 

 

훠이~ 훠이 ~ 쫒아 보는데

여전히 멀리 못 가고 점점 더 목청이 빠져라고 울어대는데

 

그런데 뭔가 수상하다.

이 새는 매번 선반쪽에서 날아오르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때서야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니

남편의 땀냄새가 베인 밀집 모자 속에

뭔가가 있다.

 

살짝 밀짚모자 속을 들여다 봤다.

새가 왜 그렇게 불안하게 울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어미의 새끼 보호 본능...

 

 

 

 

안전하게 부화하여 날아가거라

그때까지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

 

하지만 제발 부탁하는데

오디도 복숭아도 자두도 

더 이상 쪼아 놓지 말그레이 ~

 

25.05.31/오후